敎育 隨想

 

 

한국다우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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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난은 교육현장에 있을 때 틈틈이 써 두었던 교육수상입니다. 세월이 꽤 흘러 시차가 있어서 현실감이 있을 지는 모르지만, 딱딱한 홈페이지를 읽으시다가 잠시라도 머리를 식히시라고 올려 보았습니다.  

                                        ※자녀 교육상 알아두면 좋은 것

● 코피가 날 땐: 고개를 뒤로 젖히게 하고 콧망울 바로 위를 엄지와 검지로 꽉 잡고 누르면서  2∼3분만 있으면 아주 심한 코피가 아니면 지혈이 됩니다.

●딸꾹질이 날 때: 각설탕을 1∼2개를 먹든지 설탕 2∼3스푼을(차스푼) 먹으면 즉시 딸꾹질이 그칩니다. 며칠동안 계속나던 딸꾹질도 멎습니다.

●급체일 때: 엎드리게 하고 팔을 옆으로 벌리게 한후 경추(목 뒤의 뼈)를 위에서부터 양 손바닥을 겹처서 누르면서 내려오면(5~ 6번까지) 딱소리가 납니다. 그러면 즉시 다 낫습니다. 오래 전 4~6학년을 데리고 극기훈련을 갔었는데, 6학년 여자 어린이가 운동장에 입소식을 하려는데 얼굴이 하얀 체로 벤치에 누워 있기에 물었더니, 배가 아프다고해서 위의 방법대로 했더니, 언제 아팠느냐는 듯 즉시 입소식 참석은 물론 2박 3일의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교육현장에서  우유를 먹지 않는 아이들이 많은데(먹으면 설사한다는 아이도 있음) 우유에 식초를 1~2방울만 섞어주면 먹어도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1.
송아지 사랑

오늘처럼 흰 눈이 날리는 날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는 버릇이 언제부터인가 자리하고 있다. 미술시간에운동장에 나가서 풍경을 그리게 하면, 풍경은 그리지 않고 내 모습을 그리던 까잡스럽던 옆 반의 여자 아이,동그스름하고 귀여운 얼굴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기억 속에 새롭다.

초등 학교 6학년이라고 하지만, 고등학생 티가나는 성숙하고 조숙한 아이였다. 유난히도 나를 좋아하던 그 아이는 매일 수업이 끝나고, 다른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에 내 교실에 와서 내게는 별 의미도 없는 이야기를 던지고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은 사랑하는 연인을 대하듯 정겨움이 서려 있었다. 때로는 내 손을 만져 보기도 하며 홍조 띤 얼굴이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아하! 내가 '송아지 사랑'의 대상이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며, 송아지 사랑의 대상이 바뀌어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였다.

거의 매일처럼 반복되는 그 아이의 행동에 당혹스럽기도 하고, 귀찮게 느껴질 때도 많았지만 정서적인 안정을 찾으려는 그 아이의 심정을 헤아려 꾸중할 수도 없었다. 또한 행복해 보이는 그 아이의 얼굴이 떠 오르며 시간이 해결해 줄 때까지 참고 기다리기로 하였다.

  나에게는 별 의미가 없이 성가신 날들이 6개월이 넘게 흘러갔다. 쇠양배양한 마음이라면 사제간의 이성적인 사랑으로 빠져들 것은 헤아리기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어쩌다 신문에 읽을 거리를 제공하는 사제간의 빗나간 사랑은 이 '송아지 사랑'을 교사가 이성적인 사랑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송아지 사랑'이란 사춘기때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이성을 사모하고, 좋아하며 애정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여 주로 인기 있는 연예인, 운동선수, 교사, 군인 등이 애착의 대상이 되는데, 자신에게 모자라는 것을 갖춘 연장자라 한다. 즉 송아지가 어미의 젖을 빨며 어미를 의지하고 정서적인 안정을 얻으려는 데서 독일의 교육심리학자'허얼록'은 이를 '송아지 사랑'이라 하였다.

사춘기에 여자 아이들이 주로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수첩에 넣어 다니거나 자기 방에 붙여 두는 이 '송아지 사랑'은 대부분의 어머니들도 다 경험하였음에도 자기 자녀의 '송아지 사랑'은 이해하려 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니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송아지 사랑'은 사춘기에 1년 정도 계속되는데, 사랑의 대상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한 대상에 길게는 몇 개월, 짧게는 1주일 정도에서 바뀐다고 한다. 마치 홍역처럼 성장기에 거쳐가는 과정이라 여기고, 부모들은 자녀들의 송아지 사랑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빗나가지 않도록 보살펴 주어야 한다.

인기 연예인의 공연에 열광하는 청소년들, 운동경기장의 오빠부대들이 모두 송아지 사랑의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 아이는 예상외로 6개월이 넘도록 나만 따르며 좋아하였다. 내겐 힘든 세월이었지만, 그 아이의 곱고 행복한 사랑의 꿈을 깨뜨릴 수 없어서 싫어하는 기색도 나타내지 못하고 '송아지 사랑'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어서 '송아지 사랑'의 대상이 바뀌기만 바라면서…….               

그런 세월도 흘러서 9월이 다 가려는 어느날, 교과 전담 제(특정 교과를 서로 바꾸어서 수업함.)로 미술시간에 그 반에 들어가서 수업을 하는데, 전에는 그토록 나만 바라보던 그 아이의 그윽한 눈빛이 간 곳조차 없어져 버린 게 아닌가. 이상히 여겨 살펴보니, 수업에는 전혀 관심도 없이 뒷좌석에서 고개를 숙인 채 무엇인가를 열심히 들여 다 보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어디서 구했는지 그 당시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남자 가수의 사진을 많이도 모았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못 생긴 가수가 뭐 그렇게 좋다고 공부도 하지 않고 사진만 보고 있니? "    
하였더니, 댕가라진 모습으로 빤히 쳐다보면서 하는 말,"선생님보다 훨씬 잘 생겼어요."
하는 게 아닌가.  '옳다! 내가 그렇게도 바라던 송아지 사랑의 대상이 이제서야 바뀌는구나.'하고 생각하니 반가운 마음 한 편에는 뜻밖에도 서운한 마음 또한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 무슨 알량한 마음의 조화일까? 그날 이후, 그 아이는 오매불망 짝사랑하던 나를 말 한마디 없이 헌 짚신처럼 버려두고 내 앞에는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채 졸업을 하고 중학교로 진학했다

  다른 아이들은 가끔씩 찾아 왔으나, 그 아이는 그 후 아무 소식이 없다. 지금쯤 어디서 어떤 삶의 궤적을 그려가며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아이의 마음 어느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을 사춘기 때 앓던 아름답고도 어쩌면 슬플지도 모를 '송아지 사랑'의 잔상이 지금은 어떤 빛깔로 남아 있을까?

☞ 까잡스럽다 : 어린 것이 짐짓 성숙한 채 하여 깜찍하다.
☞ 쇠양배양 : 앞일을 짐작하고 사물을 분별하는 지혜가 적다.
☞ 댕가라지다 : 깜찍하고 단단하여 여간 일에 놀라지 않다.
☞ 오매불망 : 자나 깨나 항상 잊지 못함.

 
                                <자녀 교육에 해로운 부모 2.~9.>

                                    2.거짓말을 가르치는 부모

아이들이 학교에 오고 갈 때 자가용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 학구는 아파트 단지라서 거의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살며, 등교길이 복잡하여 통행에 지장이 있고, 여러 아파트 단지 아이들간의 위화감이 생길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그런데도 더러는 자가용을 타고 학교 오는 아이들이 있다

어느날 자가용을 타고 학교에 오는 아이를 붙들고,

자가용으로 등교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왜 타고 왔니?”하고 물었더니,

병원에 들려서 치료 받고 오느라고 늦어서 타고 왔어요.”한다.

 응급 환자도 아닌데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기에는 이른 시각이어서,

지금 이렇게 이른 시각에 환자를 보는 병원이 없을텐데, 어느 병원에 다녀 왔니?” 하고 물었더니,

사실은 늦잠을 잤는데 아빠가 그렇게 대답 하랬어요.”  한다.

자기 자녀가 담임에게 야단 맞지 않게 하려는 위대한 부성애의 발로는 이해가 되나, 참으로 딱하기 그지없는 장면이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의 거짓말은 부모나 다른 사람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에 주로 하게 되며, 지속적인 거짓말은 성격 문제에서 오고, 이것은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의 경우는 부모가 거짓말을 가르치는 경우이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등교 시간에 좀 늦어졌다고 그렇게 야단 칠 담임도 없겠지만, 설혹 다소의 꾸중을 듣는다고 하자. 그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자녀에게 거짓말까지 시켜서 보냈을까? ‘비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 진다.’고 아이들은 꾸중도 들으면서 자라야 똑똑한 사람으로 자라게 된다. 비록 야단을 맞더라도 정직하고 떳떳한 사람으로 자라게 해야 자녀의 장래가 밝다.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이들에게 거짓말을 시키게 되면 이 아이가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는 상상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지금 펼처지고 있는 정보화 사회는 정직과 신용이 없이는 적응하기 힘들다. 직접 만나지 않고도 먼 거리에서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 통신으로 모든 일이 이루어 지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자기 자녀에게 거짓말을 시켜겨서라도 꾸중을 듣지 않게 하려는 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한 번이라도 생각을 해 보았을까?

                                          3. 놀 기회를 빼앗는 부모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여러 곳의 학원을 다닌다. 심한 경우는 7가지를 수강하는 아이들도 있다. 자기의 소질을 계발하기 위해서 한 두 군데 다닌다면 이해가 되겠지만, 소질에 맞지 않는, 하기 싫은 과외도 부모의 강요로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그 결과 학교 수업이 끝난 후, 학교의 운동장은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기가 어렵고, 아파트단지의 놀이터에도 아이들의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 시간, 대부분의 아이들은 소질도 없는 하기 싫은 과목을, 어머니에게 등을 떠밀려 학원에서 부모의 대리 만족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있다.

그렇게 하는 공부가 도움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공부에 싫증을 느껴 학습의 동기유발을 방해하는 원인만 된다. 또한 학원에서 미리 배워온 어린이는 학교 수업시간에 자연히 산만해 진다. 배움에 대한 호기심이 없으므로 지루함을 느껴 옆 자리의 친구에게까지 공부에 방해를 준다.

놀 틈도 없이 공부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건강한 심신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이 세상을 다 준다 해도 건강과는 바꿀 수 없는 것아닌가? 그리고 아이들은 또래들끼리의 놀이를 통해서 창의력을 키우고, 남을 이해하는 마음도 길러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다.

더욱 중요한 일은 경쟁의식 속에서 자기만을 알고 살아가는 아이가 자라서 남과 협동하며 사회생활을 무난히 영위할 것이라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람은 만능의 인간이 아니라 건강하고 인간다우며 창의력이 있고, 자기의 소질을 계발한 전문인이다. 앞으로는 점점 더 대학 입시나 회사의 입사 시험도 그런 방향으로 바뀌어갈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으로 자라게 해 주어야 한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어린이 개개인이 개성을 가진 독립된 개체이다. 각자의 소질을 계발하여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한바탕 신명나는 굿판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후회 없는 인생을 살다 가도록 부모들이 도와주어야 한다.


4.
자녀들의 성을 자극하는 부모

6학년을 담임 했을 때의 일이다. 일기장을 검사하고 있는데, 우리 반에서 가장 공부도 잘하고, 착하며 성실한 여자아이의 일기장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아침에 엄마가, 오랜 출장 근무를 하시는 아빠를 만나려고 해외로 떠나셨다. 할머니께서 해주시는 저녁을 먹고 엄마의 장롱 속에서 우연히 비디오 테이프를 발견했다.

  오빠와 난 아무 생각 없이 그 비디오를 보았다. 그런데 우린 깜짝 놀라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그 테이프의 내용은 남자와 여자가 벌거벗고 이상한 짓을 하는 것이었다. 얼른 TV를 끄고 테이프를 제자리에 두었지만, 얼굴이 달아오르고, 가슴은 콩닥콩닥 뛰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엄마는 왜 그런 흉한 테이프를 보았을까? 난 엄마를 이해할 수 없고, 좋기만 하던 엄마가 갑자기 미워지고 싫어진다. 이제 엄마를 다시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사건 이후 그 아이의 마음속에는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과 믿음이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혼자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렇게 아름답고 지적이던 그 아이의 어머니가

어쩌다 이런 실수를 했을까? 가정은 부모들 만의 공간이 아니다. 자녀들의 교육상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없어야 한다. 부모들의 작은 실수가 아이들의 일생에 심한 마음의 상처를 남길 수 있음이다. 잔잔 하고픈 자녀들의 마음의 호수에 돌을 던져 파문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5. 저는 엄마 젖을 안 먹는데요∙∙∙∙∙∙.

  오래 전, 동료 여교사가 담임하고 있는 2학년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2학년 아이가 키와 몸집이 하도 작아서 담임이 농담으로,

너는 아직도 엄마 젖을 먹고 다니지?” 하자,

아니오, 저는 엄마 젖을 안 먹는데요, 우리 아빠가 엄마 젖을 먹어요.”

이 녀석, 자기는 엄마 젖을 먹지 않는 것이 대견하다는 듯 당당히 얘기 했지만, 아빠가 엄마 젖을 먹는다는 사실을 발설하고 말았다. 이 얼마나 티없이 헤 맑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인가? 아직 세상 때가 묻지 않은 아이들은 거짓을 모른다. 본 대로 느낀 대로 말하려 한다.     

부부간에 사랑이 충만하고 화목한 가정은 자녀 교육상 더 없이 좋은 일이지만, 은밀해야 할 부부관계를 자녀들에게 들키는 것은 교육적이지 못하다.

                                        6. 자녀 기() 살리는 가정교육

사전에 기()란 동양 철학에서 힘의 본질, 또는 생활·활동의 힘이라고 되어있다. 이 보이지 않는 기는 우주만물에 고루 퍼져 있으며, 몸 안의 생체기와 몸 밖의 공간기로 되어 있다고 한다. 어이 없는 일을 당하면 '기가 막힌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기를 건강의 척도로 보고 기가 막히면 죽는 다고 하여 기를 터 주고 질병을 치료하기도 한다

잘한 일은 칭찬해 주고, 잘못하면 꾸짖어서 고쳐나가게 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부모는 없다. 일부이기를 바라지만 요즘 젊은 부모들은 자기 자녀의 기를 살리기 위해 자녀들이 잘못하는 일이 있어도 모른 체 내버려 두는 일을 자주 본다.

아이들의 도벽을 지적한 담임에게 있을 수 있는 당연한 일을 말하는 담임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말하는 부모가 있다면 과연 믿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아이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생일파티를 거창하게 차려서 친구들을 초대해 주는 부모가 있다. 그것도 집에서라면 그래도 나은 편이다. 심한 경우는 호텔에서 생일 파티를 열어주는 부모도 있다. 이유는 자기 자녀의 기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가정에서도 아이가 기죽을까 봐 자녀가 잘못하는 일이 있어도 때리지 않는 부모가 많다. 담임에게 자랑스럽게 하는 말,
우리 아이는 집에서 아직 한 번도 매를 맞지 않았어요.”
한다. 집에서 기를 살리느라고 때리지 않았으니, 담임도 알아서 때리지 말고, 아이의 기를 살려나가라는 소리로 들린다.

한 번도 맞지 않은 아이는 어쩌면 어린 성인 군자이거나 아니면 애 늙은이 일 것이다. 아이들은 아이 다와야 한다. 아이들이 어른스럽다는 것은 결코 칭찬이 될 수 없다. 용기가 없거나 지능이 모자라는 아이일 것이다.

산에서 깨어진 뾰족하고 못난 돌 조각이 급류에 떠 밀려 강으로, 다시 바다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돌끼리 부딪히면서 깎이고 또 깎여서 둥글고 아름다운 조약돌이 되듯이 아이들은 자라면서 실수도 하고, 여러 갈등 장면을 겪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튼실하고 아름답게 인격이 다듬어져야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야단 한 번 맞지 않고 자란 아이가 복잡한 세상을 어떻게 적응하며 살려는 지 궁금하다.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나무는 새봄이 오면 더 푸른 잎을 피우고, 비온 뒤의 땅이 더 단단하다.'는 진리를 떠 올려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맞는다고 절대로 기가 죽지 않는다. 오히려 정 반대 현상일 수도 있다. 자기도 다른 친구를 때리면서 자란다. 그리고 아이들은 혼날 짓도 하면서 자라는 것이 정상이다.

누드 촌에 가면 옷을 입은 사람이 비 정상이고, 애꾸눈 세계에 가면 두 눈이 달린 사람이 불구 취급을 받게 되듯이, 개구쟁이 시절에 맞을 짓 한 번 하지 않고 자란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어른으로 태어났거나 비 정상적인 아이다. 자기 자녀가 기가 죽을까 걱정하는 부모들이 늘어 갈수록 우리 사회의 혼란도 늘어 갈 것이다.


7.
교과 성적에 치중하는 부모

  '오늘 시험지를 받았다. 세어보니 망했다. 6개나 틀릴 게 뭐야. 6과목 시험 중 이렇게 많이 틀린 적은 1번 빼고는 없다. 엄마는 너무 화를 낸 나머지…….

  ○○이, ○○이, ○○이는 2개씩 인데,인생의 절망을 느낀다. 한 무리 중 뒤지는 자가 있나니, 그 자가 나일 뿐이다.'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어린이의 '시험지'라는 제목의 일기 내용이다. 많은 부모들이 교과 성적에 관심이 너무 많다. 어떤 어린이는 전 과목 백 점을 맞지 못하면 틀린 문항 수대로 종아리를 맞는다고 한다. 시험과목이 9가지나 되는 6학년 거기다 강남의 중심학구에서... 그 아이는 항상 시험에 대한 강박관념에 쌓여서 살아가기 때문에 정서가 안정되어 있지 않았다

 물론 요즘은 일제고사가 없어지고 수행평가로 대신하지만, 성적에 대한 부모들의 집착은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성적에 대한 관심의 절반이라도 소질과 적성을 찾아주고 창의력 계발에 노력을 기울인다면, 자녀들은 훨씬 더 행복하고 미래도 밝을 텐데…….

자녀들이 살아갈 21세기는 정보화의 시대이다. 정보화 시대에는 골고루 많이 아는 것보다 소질과 적성에 맞고 좋아하는 과목을 남보다 앞서가야 하고, 올바른 심성과 풍부한 감성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전 교과 학습 문제가 몇 개 더 맞고 틀린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풍부한 정서와 감성을 지닌, EQ가 발달된 사람들이 인기 있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그 때를 대비해서 자기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여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지금부터 만들어 가야 한다.

8. 원하는 것을 다 사주는 부모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물자도 귀했고, 대부분이 가난하여 갖고 싶은 욕망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자랐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소유 욕도 작을 수 밖에 없었다. 어쩌다가 친구에게 동화책이라도 생기면 빌려서 밤을 세워 다 읽어야 했다. 그래야 다음 차례가 정해진 친구가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써 빌려 읽은 그 기쁨과 책을 빌려준 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요즘처럼 무엇이든 쉽게 얻을 수 있는 아이들은 알 리가 없다.

5일마다 열리는 시골 장날, 신발 바닥이 헤어져 발바닥으로 물이 들어오는 헌 신발대신 새 신발을 사다 주실 때의 기쁨과 고마움으로 행복했던 그 마음을 요즘 아이들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물질의 풍요 속에 파묻혀 사는 시절에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고 할지는 모르지만,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리 귀한 물건이라도 귀한 줄 모르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다.

요즘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귀한 것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학용품이나 옷을 잃어도 찾으려 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학교 방송에서 TV로 비춰주어도 찾아가지 않는 물건이 쌓인다.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다. 잃어버린 물건은 부모에게 말하면, 더 좋은 새 것으로 금방 또 사주기 때문이다.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들은 자녀가 원하는 것을 다 사주려 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겨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 마음의 바탕에는 자기가 어렸을 적에 갖고 싶은 것을 다 갖지 못한 서운했던 마음을 보상 받기 위한 보상심리도 깔려 있다.

경제력이 허용해서 자녀가 바라는 것을 해주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자란 청소년은 세상의 모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지려 할 것이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다 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참을성이 부족하여 충동적이고 사치에 흐르게 된다.

자녀들이 갖고 싶은 물건이 있다고 하면 즉시 사주는 것보다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어느 정도의 기간을 둔 후에 사주게 되면 참을성을 기르게 되고, 기다렸던 기간에 비례하여 기쁨도 커지며, 자기 물건에 대한 소중함과 부모에 대한 고마움도 한층 더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절제하는 습관을 길러주어 '욕망은 꽃을 피우나 소유는 모든 것을 시들게 한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쉽게 소유한 일들은 곧 시들해져서 새로운 욕망을 찾아 오늘도 거리를 방황하는 청소년을 만들지 말아야겠다.
                                                  9.
부부 싸움이 잦은 부모

  ○○이가 아침부터 수업에 집중이 되지 않고, 어두운 표정으로 무언가 많은 생각에 잠겨있다. 까닭을 물어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다음 날 ○○이의 일기장을 보았다.

"엄마와 아빠가 싸웠다. 회사에 가신 아빠가 너무 늦게 들어온다고 엄마가 화를 내며 아빠에게 싸움을 걸었다. 아빠가 주먹으로 거울을 깨는 것을 본 오빠와 나는 겁에 질려 말리지도 못하고 우리들 방으로 들어갔다. 잠이 잘 오지 않아서 늦게 잤는데 무서운 꿈만 많이 꾸었다. 엄마 아빠는 참 이상하다. 자기들은 싸우면서 오빠와 내가 어쩌다 싸우면 되게 야단을 치신다. 엄마와 아빠가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싸우고 싶어서 싸우는 부부는 없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들 한다. 하지만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자주 싸우면 자녀들의 정서적 손실은 그 만큼의 무게로 다가 온다. 놀이 삼아 무심코 던지는 마을 아이들의 돌멩이가 연못의 개구리들에게는 생명이 달린 것처럼, 부모들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부부싸움이 고요한 아이들의 마음에는 엄청나게 크다란 파문을 그려 놓는다.

문제 아이들의 뒤에는 반드시 문제의 부모가 있게 마련이다. 부모가 자주 싸우는 자녀들은 정서가 불안하며, 친구들과 자주 다투고, 협동 심이 모자라며, 작은 일에도 관용과 양보를 하지 않으려 한다

아이들의 인격형성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모든 일에 부모들이 본을 보여 주어야 한다. 화목한 가정의 아이가 친구들과 잘 다투는 일은 거의 없다. 우리 청소년들이 사회에서는 배울 게 별로 없다. TV를 켜면 범죄로 얼룩진 소식들로 가득하고, 국민들을 맨 앞에서 이끌어야 할 정치 지도자들은 서로 편을 갈라서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편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것을 늘 보면서 자란다.
  후세 사람들에게 칭송될 일을 하는 사람은 정치가요, 그렇지 못한 사람은 정객이라고 하는데, 우리 나라의 정치판에는 정객이 아닌 정치가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따라서 가정에서라도 서로 돕고, 타협하며, 양보할 줄 아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 주어야 한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지만, 마구 휘두르는 칼에 물속에서 놀던 피라미가 다칠 수 있다.
                                               10. 인기 있는 일본 만화
요즘 초등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읽는 만화는 일본 만화다. 읽지 못하게 해도 막무가내로 학년에 관계없이 모두가 즐겨 읽는다. 일본 만화인 줄 모르면서 읽는 아이들이 더 많다. 책을 사주는 부모조차 일본만화인지 모르고 사주는 경우가 많다. 이제 일본만화는 우리 아이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되어 있다. 이렇게 인기가 있자 50%정도의 우리 만화가가 일본 풍의 만화를 그린다고 한다.

일본 만화의 인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 호기심이 많은 시기인 아이들에게 가정이나 학교에서 충분히 교육되지 못한 성에 대한 내용이 일본 만화에 많이 나온다. 못 보게 하면 더 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리다. 요즘 우리 아이들의 성교육(?)은 일본만화가 대신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이다.

문제는 아이들에게 그처럼 인기 있는 일본만화가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는 데에 있다. 그리고 만화나 만화영화는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의 정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요즘 청소년들, 심지어 초등학교 1학년에게도 일본 만화의 인기가 대단하다. 일본만화는 성의 천국인 일본의 사회풍조가 잘 반영되어 있다. 성을 교묘하고 재미있게 건드리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초등학교 1학년들부터 대학생들에게까지 가장 많이 읽힌다는짱구는 못 말려에 나오는 내용들,

남편이 부부간의 비밀 신호, ‘애들이나 재우지라고 말하고 아이들을 자라고 한 뒤, 부부가 잠자리에 드는데 속옷을 하나하나 벗어 던지는 장면이 나오고, 잠시 후 아들이 부모의 침실에 들어와서 부모가 벗어 던진 속옷을 만져보는 장면, ‘17분간의 깊은 키스로 처리한 바 있소', 스튜어디스가 구명조끼에 공기 넣는 설명을 하자 짱구가,

'우리 엄마 가슴도 자기가 부풀리면 좋을 텐데’, '이게 엄마의 야한 팬티야’, ‘수술해서 자른 고추는 어떡했어? 냉장고? 동상 안 걸려?’, ‘왜 애기가 생겼어? 세 달 전 추운 날 밤 술에 취해서……. '우리 엄마는 A컵에 72!,'  이 아줌마는 원래 가슴이 없어. 뭐 그대신 엉덩이가 크지만.’ ‘손가락을 문 젖소부인 못 봤어요?’

얼마 전 화장실에서 2학년 남자 어린이가 엉덩이를 다 내놓고 소변을 보고 있었다. 까닭을 물어도 웃기만 하는데,

"얘는요, 맨 날 엉덩이를 내놓고 오줌을 싸요."

라고 옆에서 소변보던 같은 반 친구가 대신 대답을 한다.  '짱구는 못 말려'의 영향이다.

 ‘
세일러 문에 나오는 내용,

요정 역할로 나오는 전라의 소녀상이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고, ‘그렇게 멀리 떨어져서 자주 만나지 못하는데 바람도 안 피나? 거리가 멀면 연애하기도 힘들어.’ ‘연애할 땐 젊고, 예쁘고, 다리도 잘 빠진 여자가 좋긴 해.’ ‘남자들은 결국 예쁘고 참신한 여자만 밝혀.’ ‘남자가 없으면 아이를 낳을 수가 없다구요! 여자들 만으론 살 수가 없어요.’ 
웨딩피치에 나오는 내용,
테리를 꼭 껴안은 채 무서워, 무서워하며 내숭을 떠는 거야. 그러면 테리는 날 더 꼭 껴안으면서 괜찮아, 뭐가 무섭다고 그래.하면서 이마에 뽀뽀를 해주겠지. 아가야 데이트란 바로 이런 거란다. 알았니?’, ‘난 말야, 둘이서 그럴 듯한 영화를 한편 본 다음 어둑어둑해진 ○○공원에 나가 야경을 배경으로 키스를 할거야!,

드래곤볼에 나오는 내용,

여자 팬티를 만지고 벗기는 것, ‘드래곤볼처럼 생긴 찌찌가 없어.’ ‘난 여자 밖엔 흥미 없어.’ 여자의 알몸을 보면서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것을 보고 있어.’ 등 가슴이야기, 팬티이야기와 같은 야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심지어 양어머니와 성 관계를 다룬 '지옥의 문' 같은 외설적인 저질 만화까지 등장하였으며, '캠퍼스 블루스'같은 학교 폭력 만화의 영향으로 학교 폭력이 극성을 부려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다.

마징가젯, 은하철도999, 미래소년 코난, 아톰 등 어린이들을 위한 인기 있던 우리 텔레비전 만화의 많은 부분이 일본의 만화 영화였다. 심지어 한일 축구 전 때 우리 응원석에서 가사는 바꿔서 불렀지만 일본의 만화영화의 주제곡인지도 모르고 마징가젯을 불러서 일본 응원석을 어리둥절하게 했다고 한다.     

뱃부의 남자 온천 탕 안에 젊은 여자 종업원들이 자연스레 드나들며 물의 온도도 재어보고, 목욕 용품들도 바꿔놓고 하는 것을 보고 당혹감을 느꼈었다. 아직도 변두리의 온천 탕에는 남·여 혼탕이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 여 학생들이 하교 길에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슈퍼마켓에 들려 포르노 잡지를 태연히 보고 있는 것이 예사이다.(일본은 슈퍼마켓에서 잡지를 팜.) 여고생은 물론이고 일부 여중생까지도 성 경험이 없으면 친구들 사이에 따돌림(일본 말로 이지매)을 당한다고 하며, 심지어 여고생들이 유부남 애인을 두고 주말을 함께 보내며 용돈을 얻어 쓰는 경우가 많아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성문화는 전통적으로 우리와 다르고, 성에 관한 한 관대한 나라이다.

그러나 일본은 질서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공중질서를 잘 지키고, 이상할 정도로 친절한 나라이다. 밤늦게 공중전화 부스에 빈틈없이 나붙은 포르노 명함과 전단이 새벽만 되면 언제 붙어 있었나 싶게 단 한 장도 없이 말끔하게 제거되는 마치 기계와 같고, 길거리엔 담배꽁초가 없으며,(심지어 조그만 간이 재떨이를 목걸이 처럼 목에 걸고 다님) 거리에는 교통 경찰이 있든 없든 자동차나 사람이 교통질서를 어기는 일이 없으며, 인도(人道)에 사람과 자전거가 함께 다녀도 자전거로 인한 사고가 없는 나라이다. 참을성을 기르기 위해 추운 겨울 날씨에도 유치원생 들까지 여름에나 입는 짧은 옷을 입혀 추워서 입술이 새파랗고 오들오들 떠는 어린이들을 데리고 야외학습을 시키는 나라이다. 어릴 때부터 이런 극기 훈련이 참을성을 기르고, 질서를 잘 지키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야누스의 두 얼굴에 이해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국가간의 문화의 이질성이다. 문화란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의 반영이고 생활은 자연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일본의 자연환경과 우리의 자연환경이 다르듯 일본의 문화와 우리의 문화가 다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시절을 일본 만화를 통해 일본의 문화에 흠뻑 빠져서 자란다. 인간관계에서도 자기 개성이 없는 사람은 별로 환영 받지도 기억되지도 않는다. 우리의 아이들은 이 땅에 살면서 혼()은 외국으로 먼 나들이를 떠난 상태인대도 이들을 지켜 주어야 할 기성 세대들은 당연한 것처럼 관심 밖이다.

요즘 일본 문화의 개방이 본격화된 지가 10년도 훨씬 넘었다. 무서울 정도로 잘 지켜지는 질서의식과 친절 같은 본 받아야 할 문화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우리의 전통문화에 비추어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저질 문화는 밟아도 다시 살아나는 잡초의 생명력으로, 성인들이 미쳐 깨닫기도 전에 이미 우리 청소년들의 정서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고 우리의 전통 정서를 마구 흔들고 있다.             

사회문제로 다가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청소년 폭력문제도 일본 만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은 분명한 일이다. 전화 방을 통한 일부10대 소녀들의 윤락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 전화방도 일본에서 들여온 저속한 문화이다. 일본풍의 머리모양과 옷차림을 하는 청소년들도 늘어가고 있다. 가랑비에도 옷이 젖고, 처마 물에도 돌이 파이는 데 일본의 저질문화 오염은 아예 소낙비다.

돈만 벌면 된다는 비윤리적인 일부 성인들의 얄팍한 상술에 정서가 멍들어 가는 청소년들을 우리의 전통정서 속에서 국적 있는 청소년으로 바르게 자라도록 할 의무 또한 우리 성인들의 몫이다. 

                                            
                                               11. 
사랑의 매

  20여 년이 지난 따뜻한 어느 봄날, 시골학교 근무시절의 6학년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공부도 곧잘 하고 똑똑하나, 너무 자주 말썽을 부려 교내에 널리 악명이 높던 김○○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숙제나 과제도 단골로 해 오지 않고, 다른 아이들을 많이 괴롭힌다고 수업시간에 담임교사에게 뺨을 한대 맞고 1층 교실의 창문을 뛰어 넘어서 학교 옆에 있는 파출소(당시는 지서)로 달려가서,

"담임 선생님이 제 뺨을 때렸습니다. 선생님을 처벌해 주세요." 하고 담임을 고발했다.

  파출소 소장이 김○○이를 자기 앞으로 불러서 왜 맞았는지 자세히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였다.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난 파출소장은, "이렇게 맞았느냐?" 하면서 김○○이의 뺨을 한대 때리고 나서,

"선생님의 매는 너희들이 잘 되라고 때리는 사랑의 매이다. 그 매를 맞고 여기에 와서 고발하는 녀석이 어디 있니? 당장 가서 선생님께 용서를 빌어라."

야단과 함께 자상한 타이름을 한 후, 파출소 소장은 오토바이 뒤에 그 아이를 태워고 학교에 데려 왔다. 이 녀석, 혹 떼려 갔다가 되려 혹을 하나 더 붙였다.

  이 파출소장은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사 생활을 하다가 경찰로 전직을 해서인지 교육에 대해 각별한 이해가 있었다. 이 일이 있은 후 그 아이의 행동은 눈에 띄게 좋아져 갔고, 말썽을 일으키는 일도 줄어 들었다.                    

논란이 많던 학교 체벌은 학교장의 허락 없이는 금지 한다는 체벌 금지령이 내려졌다. 이제 '사랑의 매'라는 말은 사전 속으로 사라질 운명을 맞게 된 셈이다. 우리의 전통 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일선 교육현장의 사정을 모른 채, 서구 문명의 여과 없는 수용에서 온 위험한 발상이다.

'명마가 하루에 천리를 달려도 쥐를 잡는 데는 고양이만 못하다.'고 교육 현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고고한 교육이론으로 무장된 분들보다는 현실을 잘 아는 현장 교사들이다. 그러나 체벌을 금지하면서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민주주의의 발상지 이며, 신사의 나라 영국은 공립학교에서 일체의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의 교육법을 단 한 표 차이로 통과시켜 '87년도부터 적용되어 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의 일간지 선데이 텔레그래프지가 최근 실시한 여론 조사에는 영국국민의 68%가 학생들에 대한 육체적 매질을 찬성하였고, 89%는 체벌 외의 벌을 찬성 하였다고 한다. 영국의 교육부 장관도 개인적으로는 체벌이 아주 유용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하여 체벌을 찬성하는 편이라고 한다.

심지어 엄격한 체벌이 허용 되었던 빅토리아 왕조 때는 강대국이었는데, 체벌이 제한 받으면서부터 국력이 쇠퇴되어가고 있다며 체벌 부활론이 일어나고 있고, 실제로 영국에서 체벌을 금지한 결과 1년 동안 전교생의 10%가량이 문제를 일으켜 퇴학을 당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미국은 주에 따라 다르나 법으로 허용하는 주가 많다고 하며, 법으로 체벌을 금지한 주에서조차 '97년부터는 체벌 불가피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체벌이 사라지자 청소년들의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유럽국가와 일본은 체벌을 금지하고, 싱가포르에서는 대나무 회초리를 상점에서 팔며, 체벌을 금지하는 나라에서도 회초리의 판매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우리가 체벌을 못하게 하는 지금, 서구의 국가들은 그 동안 금지했던 체벌을 부활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 '미운 자식에게는 밥을 많이 주고, 고운 자식에게는 매를 많이 주라.' 고 했다. B·프랭클린은 '나무에 가위질을 하는 것은 그 나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야단맞지 않고 자란 아이는 똑똑한 사람이 될 수 없다. 겨울의 추위가 심할수록 오는 봄의 나뭇잎은 한층 푸르다. 사람은 역경에서 단련되지 않고서는 큰 인물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청소년들의 교육에 항상 부드러움만이 최선이 될 수는 없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사람은 너무 불안해도 아무 일도 할 수 없지만, 너무 편안해도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즉 체벌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이 학업이나 행동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어릴 때의 사랑의 매는 어린이들이 올바른 사회 생활을 습득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미국의 어느 대학의 연구 결과도 나왔다.

요즘 교육현장에서는 교사들이 아이들을 다루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세월이 가디록 아이들은 감사납고 되바라지기만 한다.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건전한 청소년들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이라 닮아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여진다.

이러한 교육현장의 어려움은 아랑곳 없이 교육현장에서 체벌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 되면서 교육현장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초등학교 아이들까지 체벌이 없어졌다고 떠들면서 담임의 말을 듣지 않아 교사들은 아이들의 지도에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어느 중등학교에서는 교사가 자기 반 아이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체벌을 했다고 고발되어 교육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수업 중 아이들 앞에서 학부모에게 구타 당하고…….

어릴 때 기본예절이 가정에서 지도 되었다면 학교에서 사랑의 매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못해서 학교에서라도 다시 지도 하려고 사랑의 매가 필요한 것이다. 

체벌이 없어진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무시되고 수난을 당하자, 연이어 부모들 또한 자기 자녀에게 구타를 당하는 일들이 시작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부모와 스승을 같은 위치로 보아왔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5학년 담임을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우리 반에는 도벽이 심한 문제아가 있었다. 수업을 하는데 파출소에서 연락이 왔다. 슈퍼의 돈을 주인의 허락 없이 가져오다가 붙들려 간 것이다. 그런데 왜 파출소에서는 담임에게 연락을 하여 데려가게 했을까? 그 까닭은 담임 교사를 부모와 같은 입장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낌새로 보아 동방 예의 지국이란 말과 군· 사· 부 일체라는 말이 이 땅에 과연 있었던가? 담임을 대하는 행동으로 보아서 그런 청소년들은 자라서 부모에게도 효도를 할 것 같지가 전혀 않다.  

오늘날 우리 가정은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자녀를 한 둘만 낳아 키우면서 아이들을 지나치게 과잉 보호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부모들은 엷어진 전통문화에서 별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세대들이다. 그러나 지금보다는 어려웠던 시절을 살아온 신세대 부모들이라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자 자기가 못다한 호강을 자녀들에게 베풀어주며 대리 만족을 취하고 있다. 이 부모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자녀들은 예절 없는 응석받이로 자랄 수 밖에 없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청소년들이라 자기 본위로 행동하려 하고, 자기만을 소중하게 여기며, 남에 대한 배려는 하려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동화 속에서 만 찾아볼 수 있는 것쯤으로 대부분의 아이들은 알고 있는 듯 참을성이 없고, 무엇이든 자기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하며, 잘못을 저질러도 반성을 할 줄 모른다. 가정에서 어릴 때부터 더불어 사는 방법과 공동체생활의 규율 및 내가 소중하면 다른 사람도 소중함이 엄격히 지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단체 생활이 시작되는 초등학교에서는 가정에서 못다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지도해야 한다. 인성지도는 어릴수록 효과적이다. 어린이들은 가소성(可塑性)이 높다. 성장하여 중학생만 되어도 가소성이 낮아진다. , 자기 주관이 생겨서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기 때문에 올바른 인성지도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교육적인 효과도 그만큼 적어진다. 다른 일의 시행 착오는 다시 고치면 된다지만, 인간 교육은 한 번 시행 착오를 하면 한 인간의 일생을 놓쳐 버린다.

  다른 나라의 체벌 습관을 모방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문화에 맞게 적응 시켜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는 문화의 바탕이 다른 나라들의 제도를 여과 없이 받아 들일 것인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함 만큼은 하랴마는 대부분의 교사도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핀다. 교사가 자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체벌을 할 때에 문제가 생기지만, 교육적으로 꼭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체벌은 아이들의 인격형성에 결코 나쁘지 않다. 단지 교사가 매를 들 때는 감정이 절제되고, 부모와 같은 심정으로 옳은 사람 되라는 의미에서라면 어느 정도의 체벌은 필요하다.

교사들의 감정이 실린 체벌은 절대 금지 되어야 한다. 문제는 체벌을 법으로 규제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보살피느냐의 문제이다.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클 때, 법으로 체벌을 정한다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저촉되는 법 조항은 없다. 굳이 법이 개입하지 않아도 법의 상위 개념인 도덕률의 범주에서 적절하게 조절되고 있다.

  '사랑의 매' 또한 도덕률로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편이라고 본다. 빈대가 밉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벌을 법으로 금지할 것이 아니라, 사랑의 매가 갖는 상징적인 교육적 효과를 살려 나가는 것이 바른 인성교육의 지름길이다.    
   ☞ 가디록 : 갈수록

☞ 감사납다 : 억세어서 휘어잡기 어렵다.

☞ 되바라지다 : 너무 똑똑하여 어수룩한 구석이 없다. 너그럽지 않아 포용성이 적다.

☞ 가소성 : 압력을 가하면 부서지지 않고 모양이 바뀌고, 그 압력을 제거하여도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오지 않는 성질. (: 진흙 따위의 성질)

                                                 12. 그래도 희망이

최고의 신인 제우스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 다 준 프로메테우스 신을 벌하고, 그 불을 받은 인간을 처벌하기 위해 제우스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토스를 시켜 인류 최초의 여자인 판도라를 만들게 하였다.

흙을 물에 개어 올림푸스의 여신 모습을 본 따서 만든 판도라를 인간 세상에 보낼 때 작고 아름다운 선물상자를 갖고 가게 하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상자를 열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나 땅에서의 즐거웠던 생활도 싫증이 나고, 상자 속의 선물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 판도라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상자를 열었다. 그러자 그 속에서 두려움, 근심, 슬픔, 의심, , 가난, 노여움, 질투, 증오, 원한, 거짓 등 인간을 괴롭히는 온갖 재앙들이 튀어 나왔다. 깜짝 놀란 판도라는 얼른 뚜껑을 닫았지만, 이미 때는 늦어서 평화롭던 지상에는 온갖 재앙들로 넘치게 되었다.

판도라가 상자를 열어 본 경솔함을 뉘우치고 있을 때, 상자 속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제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뚜껑을 열어 주세요. 저는 사람 편입니다. 재앙들이 제 아무리 날뛰어도 제가 있는 한 염려 없어요."
 "
제가 있으면 아무리 괴로워도 끝까지 견디어 나갈 수 있어요." 하고 희망이 말했다.

그리하여 이 지상에는 갖은 불행이 닥쳐와 인간을 괴롭혀도 인간은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 청소년들의 자살이 잦아졌다. 기술자가 꿈인 어느 중학생은 부모가 인문계 진학을 원하는데 자신의 실력이 모자라서 사장인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웃에 창피를 당하고 실망하는 것이 두려워 아파트에서 뛰어 내렸고, 어느 여중생은 모의고사에서 1등을 한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죽는다는 유서를 남겼다. 1등을 하면 반 친구들에게 미움과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 괴로웠던 것이다. 평상시1등을 하면 죽겠다는 말을 친구들에게 해 오던 어느 여고생이 실제로 1등을 하자,

", 가장 최고인 이 순간에 자유를 얻었다."

는 유서를 남겨놓고 고층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어렵게 1등을 했는데 다시 그 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 죽음을 선택했다.

성적도 중요하다지만 하나 밖에 없는 생명과 맞바꿀 정도로 절대적인 것일까? 자동차에 달고 다니는 예비 바퀴처럼,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예비 목숨이 하나 더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들의 자살 이유는 성적만이 아니다. 남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해서 자살하는 여고생, 부모의 꾸중에 못 견뎌 자살하는 청소년, 2집 앨범을 앞두고 자신이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가수 등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부모들은 성적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자녀에게 거는 기대가 자녀의 능력보다 크고, 자기가 이루지 못한 일을 자녀를 통해 이루려는 보상심리가 작용해서 자녀에게는 성적이 인생의 전부로 몰아간 결과이다.

거기에다 핵가족화와 빠른 산업화의 영향으로 가족과의 대화가 부족하고, 부모들의 경제적 생활 향상과 자녀를 한· 두 명만 낳아 길러서 과잉보호를 하며 키운다. 그로 인해 어려움과 고통을 모르고 자라서 의타적이며, 자기 중심적이고, 조그만 어려움에도 참지 못하고 쉽게 좌절하고 만다.

기성세대는 우리 청소년들을 나약하게 키워, 온갖 재앙에 쉽게 물들도록 키웠지만, 판도라상자에 마지막 남아 있던 희망을 가르쳐 주는 일에는 소홀한 결과가 오늘날 많은 청소년들의 자살로 나타나는 안타까운 현상이다.

자녀들에게 물질적인 풍족을 안겨주는 것으로 부모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만, 그보다는 자녀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마음의 밭에 지혜를 심어주고 잘 가꾸어 주어야 한다.

'인간은 풍요로움 속에서 나약함이 자라고, 역경 속에서 단련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기억하여 청소년들에게 판도라상자 안에는 마지막으로 희망이라는 것이 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해주었으면 어떨까?

                                   13. 사라져 가는 것은 아름답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을 보고

"불이 난 것이 아니라면 저렇게 새빨갛게 될 리가 없다" 고 말하자,
  "
해님이 산에게 작별 인사를 할 때는 가장 예쁜 색으로 산을 물들이는 거란다. 내일 또 오겠다고 약속하기 위해서지

하고 할아버지가 대답한다. 내일 다시 떠오를 태양도 작별 인사를 위해 가장 예쁜 색으로 주변을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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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시간에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반찬은 김치와 된장국이다. 세계인들에게 김치가 훌륭한 식품으로 점점 인기를 모아가고, 된장국은 훌륭한 항암제로 밝혀졌다. 우리의 전통음식은 서양 음식보다 훨씬 더 과학적이다. 그런데도 요즘 아이들은 피자를 비롯한 서양음식을 좋아한다.

도시의 밤을 빛내는 현란한 외국어 간판은 마치 우리가 이방인이 된 느낌이 들게 하고, 청소년 문화의 주류는 거의 서구를 모방하기에 분주하다. 입은 옷에서, 먹는 음식, 풍습조차 서구를 쫓아가기에 바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입은 옷에는 영문자가 찍혀 있다. 그렇지 않은 옷은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3학년부터 영어가 들어오면서부터 서구화의 바람은 더 거세져 가고 있다. 민감한 학부모들은 유치원에서부터, 일부는 그 이전부터 자녀들에게 영어를 공부시키기 위해 많은 과외비를 부담하면서 야단 법석이다. 세계 제일의 교육열을 가진 우리 부모들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만든 문명 중에서 단 하나만 남기라면 한글을 들겠다.'고 서양의 언어 학자가 격찬하였다. 시카고 대학의 언어학 교수이며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제임스 메콜리'는 우리의 한글날에 세계 제일의 글이 탄생된 날을 기념하는 식을 올리고 휴강을 한다고 한다.

'초·중·종성의 음절을 묶은 세계에서 가장 멋진 문자'(미국의 로버트 램지교수, 영국의 지오프레이 셈슨교수),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음소문자'(일본의 언어학자) , 세계 유명한 언어학자들이 격찬하는 한글이 이상하게도 우리 나라에서는 점점 더 뒷전으로 밀려나는 듯한 느낌은 나만의 감상일까? 6공화국에서 '한글날'은 경제논리에 밀려 공휴일에서 제외된 채 지금껏 찬밥 신세다.

세계화 시대에 영어를 공부하는 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감수성이 민감하고 가소성이 풍부한 어린이들, 특히 저학년 어린이들에게는 우리의 얼이 담긴 한글 교육이 집중적으로 지도 되어 민족혼이 담긴 한국인을 육성해야 하는데, 초등 교육과정에 영어가 들어오면서 가뜩이나 서구 문물을 닮아가기에 바쁜 청소년들이 우리 것의 소중함을 익히기도 전에 우리 것은 잊혀져우리의 전통 풍습이 서구의 것으로 뒤바뀌지 않을까 걱정이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간소외 현상이 극에 달한 서구인들이 유교 전통이 아직은 많이 남아있는 동양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우리는 막다른 골목까지 간, 인간성이 소외되어가는 서구의 물질문명만 쫓는 모습이 마치 황새 흉내를 내다가 가랑이 찢어지는 뱁새의 신세가 될까 염려된다.

미래의 주인공인 자라는 청소년들에게는 우리 것이 점점 잊혀져 감이 안타깝다. 그러나 일부에서나마 우리 것을 되살리자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는 것은 그래도 다행한 일이다.

세계화도 선진국의 문화를 무조건 모방하고 뒤쫓아가는 세계화가 아니라, 우리 고유 문화를 튼튼히 한 바탕 위에 좋은 것은 받아 들여 우리 정서에 맞게 발전시켜 세계에 보급하는 세계화가 되어야 한다.

내일 다시 떠 오르는 태양도 작별 인사를 위해 불타듯이 아름답게 주위를 장식하는데,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를 우리 전통 풍습들이기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지도 모른다.         

          
                                               14.
참외 서리

6학년 수학여행때의 일이다. 6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끼리 속삭이는 말이 들렸다.

", ○○이는 이번에 무얼 가지고 왔대?"   "건전지 하고 과자래."

"이번에는 들키지 않았다니?"  "그런가 봐."

우연히 들린 말이지만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어서 한 녀석을 조용히 불러 물어 보았다. 좀처럼 사실을 말하려 하지 않았지만, 여러 번 설득 끝에 알아낸 일은 6학년 남자아이들이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친다는 것이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에 나는 당황했다.
이 학교는 가정이 대체로 부유한 아이들이 사는 강남의 중심지라 용돈도 넉넉하게 쓰는 아이들이었고 아이들의 심성이 착하였다. 여러 방법으로 알아 보았더니, 한 반에 4~7명 정도로 15개 반에 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의 가정형편이 다른 아이들보다 부유한 편이었다. 분명히 용돈이 궁해서 저질러진 일은 아니었다.

여러 아이들이 몇 달이 넘도록 마치 유행병처럼 그런 짓을 했는데 15개반 담임들이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이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인에게 들키지 않았느냐고 물어보았다.

"주인에게 붙잡힌 애들은요, 주인이 집으로 연락하면 어머니가 와서 사과한 뒤 물건값을 내고 데리고 가요."
한다. 많은 어머니들이 알고 있었겠지만, 자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혼자 지도 하는 것보다 가정과 연계해서 지도해야 효과적일 것 같아서 어머니들에게 잠시 시간을 내어달라고 했다. 상담을 해보니 3명의 어머니는 퍽 미안하게 여기고 있었으나, 그 중 한 어머니는 너무도 태연하게,

"선생님,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니잖아요. 선생님도 어릴 때 참외서리 같은 것 하시지 않았어요? 아이들은 그러면서 크는 게 아니 예요?"

맹목적인 자녀 사랑이 시공을 초월해서 유감없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우리가 어릴 때 하던 서리와 지금의 아이들이 슈퍼에서 물건을 슬쩍 하는 것은 어쩌면 같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어쩌다 한 번 서리를 하면 서리를 당하는 주인은 기분이야 좋을 리가 없지만 '누가 장난을 했구나.'하는 정도로 넘어갔지 범죄로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가난하였지만 사람 사는 멋과 정이 진하게 묻어나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 아이의 어머니도 옛날과 오늘날의 시대 상황이 달라진 것을 몰라서 옛날 참외서리와 같다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기 자녀가 하는 행동은 모두 예쁘게만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사회생활에서 선·악에 대한 가리사니를 못하여 도덕적인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도벽의 원인은 부모나 교사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일시적인 감정으로, 친구와 휩싸여, 부모에 대한 적대감, 부모에게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서 등인데, 이 아이들의 경우는 친구와 휩싸여서 일시적으로 저질러진 일이다.   

 부모들의 분별없는 자녀 사랑과 과잉보호는 작은 유혹에도 참지 못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주저 없이 저지르고 보는 겁 없는 아이로 자라게 한다.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엄격한 규범을 정하고, 규범에 어긋나게 행동을 할 때는 제재를 가하여 사회생활에 원만히 적응하도록 키우는 것이 진정한 자녀사랑의 방법이다.

☞ 가리사니 : 사물을 판단할 수 있는 힘, 지각, 의견


15.
남귤북지(南橘北枳)

중국의 춘추 전국 시대 제 나라의 중신인 안자(晏子)가 사신으로 초 나라에 갔을 때, 초 나라 임금이 안자를 곯려주기 위해,"밧줄에 묶인 도둑질을 한 죄인이 제 나라 사람인데, 귀국 제 나라 사람은 도둑질을 잘 하느냐?" 고 묻자,

"제가 듣기로 귤나무가 회수(淮水: 양자강과 황하의 중간을 가르는 강) 남쪽에 나면 귤이 되지만, 회수 북쪽에 나면 탱자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 까닭은 물과 흙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제 나라에서 생장하는 한 도둑질을 모르는 제 나라 백성들이 초 나라에 들어와서, 도둑질을 하는 걸 보니, 이 나라의 풍토가 도둑질을 잘 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은 아닐런지요?" 라고 대답했다.

"희롱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가 스스로 허물을 뒤집어쓰고 말았습니다."  하고 초 나라 임금이 웃으며 사과 하였다.

안자춘추(晏子春秋)에 나오는 남귤북지(南橘北枳) 일화다.

  교육은 환경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 사회학자들에 의하면 인성은 유전이 50%이고, 50%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인자야 어쩔 수 없지만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에서 보듯이 다행스럽게도 환경은 선택 되어질 수 있다.

벼룩을 유리 상자에 가두어 기르면 불과 자기 키의 6~7배 정도의 높이를 뛰지만, 자연상태에서 자라는 벼룩은 자기 키의 25배를 뛴다고 한다. 동물사회에서 부지런하기로 으뜸 격인 꿀벌도 열대지방에서는 게을러서 낮잠을 잔다고 한다.

유태인 중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들과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많다. 과학자인 아인슈타인, 심리학자 프로이트, 로케트의 폰 브라운, 작가 프란츠 카프카, 토머스 만, 마르셀 프루스트, 시인 하이네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어느 조사 통계에 의하면 현재 미국 인구의 3%도 안 되는 유태인이 미국 대학교수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15%가 유태인이라 한다

이는 유태인들의 머리가 특별히 뛰어나서가 아니라, 훌륭한 가정교육과 교육정책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들은 태어나서 세 살까지를 모방기, 4세에서 10세까지를 창조기, 11세 이상은 단련기로 보고 그 발달단계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데서 오는 저력이라고 한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창조력 개발을 포함한 철저한 가정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또한 오랜 세월 동안 나라 없는 민족으로 떠 돌며 살아 남자니, 두뇌(창의력) 밖에 믿을 게 없었을 것이다.  

머리 좋기로는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아직 노벨상다운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없다. 교육은 기억력보다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어야 하는데 우리의 교육은 너무 오랜 세월을 지식을 암기하는 기억력에 매달려 왔다. 지식 주입하는 방식의 교육을 하느니, 차라리 학교에서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으면 창의력은 더 좋아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기억력 위주의 교육은 창의력을 싹트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초·중등 교육이 창의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바뀌어 가지만 정보화시대를 맞이한 지금도 많은 대학은  산업화 시대의 교육을 하고 있어서 창의성을 키우기에 어려움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초·중등 교육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학입시 제도의 큰 변화가 없으면 효과는 줄어 든다. 대학입시를 아예 없애든지, 아니면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도록 바뀌어져야 한다. 물론 제도상의 어려움 때문에 당장은 어렵더라도 서둘러야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흔히들 말한다. 짧은 기간의 노력으로는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좋은 제도에서 좋은 습관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 튼실한 귤나무에서 창의력의 탐스러운 귤이 주렁주렁 열리게 될 날을 기다려 본다.
                                              16.
보상  심리

체육 시간에 발목위로 올라오는 커다란 운동화를 신고 오는 아이들이 있다. 체격에 비해 너무 커서 안쓰러워 보인다. 잘 뛰지도, 넘지도 못하는 거추장스러운 큰 신발을 왜 아이들은 신고 다니며, 부모들은 왜 사주는 걸까?

신고 오지 말라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키에 비해 신발은 너무 크다. 부풀려 말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이다. 신발값을 물어보니 성인들의 구두 값과 맞먹는 신발을 신고 다니는 아이도 있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비싼 신발뿐만 아니라 옷도 학용품도 비싼 것을 많이 사준다. 물론 많지도 않은 자녀이고 생활에 여유도 있어서 그렇다지만 그런 마음의 뒷편에는 자기가 어릴 때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해 허전했던 마음을 자녀에게 대신 사주어 보상 받으려는 보상심리가 깔려 있다.

또한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적어서 자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돈이나 비싼 물건으로 보상해 주려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히 자녀를 과잉 사랑과 과잉보호를 하게 된다.  

'70년대 초 벽지 학교 근무 시절의 아이들은 거의 검은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점심 시간이나 방과후에 운동장에서 공을 차면 공보다 신발이 더 멀리 달아나곤 했다. 어떤 아이는 신발이 달아나지 않도록 고무줄로 신발을 묶어서 공을 차기도 했다.

그래도 그들은 불만도 모르고 행복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얼굴에서는 늘 웃음이 떠나지를 않았다. 닳아 빠진 검은 고무신을 신고 수 킬로미터를 통학하면서도 무엇이 그렇게 즐거웠을까?

가난으로 제대로 먹지도 못한 그 아이들이 지금의 아이들에 비해 체격은 작았을지 모르지만 체력은 훨씬 더 좋았다. 요즘 아이들은 신장이 크고, 체중은 많이 나가지만 체력은 어림 없이 떨어진다. 비만 아동이 반마다 여러 명이 있다. 의사들에 의하면, 어릴 때 비만은 어른까지 갈 확률이 높다고 한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소변 검사에서 당뇨까지 초등학생에게서 발견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아이들이 우상처럼 따르는 대상에는 인기 있는 운동 선수들이 많다. 특히 NBA 농구 스타들을 좋아 하는데, 그 선수들은 거인들이라 발도 크고 신발 또한 엄청나게 크다. 우리 아이들이 그 선수들의 신발 자체를 좋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선수들을 닮고 싶은 것이다. 아니 같게 되고 싶은 것이다. 동일시(同一視)현상 인데, 키와 몸집은 따라갈 수가 없으니, 신발이라도 크게 신어서 NBA농구 선수가 된 기분으로 대리 만족을 맛보려는 보상 심리이다.

이 심리를 이용해서 신발이나 옷을 만드는 사업가들은 재미를 보고 있다. 많은 청소년들이 체격에 어울리지 않는 크고 긴 옷을 입고 마치 길거리를 청소라도 하듯이 질질 끌고 다닌다. 이것 또한 키가 큰 서구인을 닮고 싶은 보상 심리이다. 긴 바지를 땅에 끌고 다니는 고학년들을 보면 나는 한 마디를 던지곤 한다. '너 때문에 거리가 많이 깨끗해 졌다.'.

어떤 부모들은 자기 자신이 못 이룬 젊었을 때의 꿈을 자녀들을 통해 보상 받으려 한다. 우리 반에 있던 한 여자 아이는 공부도 잘하고, 예능에 특히 소질이 있었다초등학교 3학년 때 전국 바이올린대회에서 입상한 우수한 어린이다. 장래 희망을 물었더니, 뜻밖에도 의사였다. 자기 생각과는 다르지만 부모님이 꼭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해서 의사가 되기로 했단다. 초등학교 6학년인 한 남자 어린이는 고등학생들이 보는 정석수학을 이미 다 마쳤다. 수학 경시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장래에 대 물리학자나 수학자가 되리라 믿었는데, 의과대학에 진학했다는 후문이다. 실망이 너무 컸다. 이는 모두 자기가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가 대신 이룸으로써 보상을 받으려는 대리적 보상 심리다.

컴퓨터에 소질과 관심이 많으며 컴퓨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꿈인 한 아이는 장래 희망을 법관으로 적어 냈다. 너는 이렇게 좋아하고 또 잘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지 왜 법관이 되려하느냐고 물었더니 부모님이 원해서라고 한다. 역시 부모의 보상심리 때문이다. 한국의 빌게이츠를 잃어버린 느낌으로 씁쓸한 생각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정보화 시대의 직업의 종류는 빠른 속도로 다양화 되어가고 있다. 직업의 종류가 2만 가지에서3만 가지 정도면 선진국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도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도달될 수 있다고 본다. 상상을 초월하는 직업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오늘의 소위 인기 직업이 내일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자녀는 붕어빵이 아니다. 외모는 부모를 닮더라도 소질과 적성은 똑 같지 않다. 이 다양화 되어가는 시대에 부모의 인생을 자녀가 대신 살아가야 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자기의 적성과 취미를 살려 하고 싶은 일을 함으로 인해 밥을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한바탕 신명 나게 살다 가는 것이 행복하고 보람된 인생이다.

비싸고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신발을 신고, 몸에 맞지 않는 크고 긴 옷을 입고 다니며 부족함 없이 풍부하게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과 애옥살이로 검은 고무신을 끌고 다니던 내 옛 제자들의 모습이 함께 떠 오른다. 그런데 공보다 더 높이 올라가던 헤어진 검은 고무신을 신고 뛰어 놀던 그 아이들의 얼굴이 더 행복해 보임은 왜 일까?

☞ 동일시(同一視) :  다른 사람의 감정, 태도, 행위를 마치 자신의 것처럼 인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사람들은 자신을 누군가와 동일시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은 의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 애옥살이가난에 쪼들려 고생스럽게 사는 살림, 구차한 살림살이.

                                             17. 세 살 버릇
  한 어린이가 학교에서 훔친 친구의 공책을 집으로 가져와 어머니께 드렸다. 어머니는 아들을
혼내 주기는커녕,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그러자 아이는 이번에는 망토를 훔쳐와서 드렸는데,
어머니는 전보다 칭찬을 더 많이 해주었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아이는 더 귀한 것을 훔쳐서 어머니에게 가져 다 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도둑질을 하다가 그만 들키고 말았다. 손을 등뒤로 묶인 채, 그는 재판관 앞으로 끌려왔다. 그의 어머니도 그를 따라와서는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그는 재판관에게 어머니 귀에 대고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어머니가 몸을 구부려 그의 입에 귀를 갖다 대자, 그는 어머니의 귓볼을 이로 물어 뜯었다. 그의 어머니가 귀를 물어 뜯은 그를 버릇이 없다고 야단치다, 자신이 이미 저지른 죄로는 성이 안 찬 아들은 계속해서 어머니의 귀를 물어뜯으며 말했다.

내가 처음으로 공책을 훔쳐왔을 때, 어머니가 나를 마구 때려 주었더라면, 이렇게 법정에 서서 죽음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을 겁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 본다.' 라는 우리 속담도 있다. 이렇게 어릴 적 습관은 한 인간의 일생을 좌우한다. 찰흙으로 어떤 모양을 만들 때 찰흙이 말라서 굳어지기 전에 만들어야 한다. 굳어진 후에는 원하는 모양을 만들기가 어렵다. 찰흙의 가소성(可塑性)이다.

1학년 때 담임 교사가 글짓기 잘하는 아이를 보고,

 너는 글짓기를 잘하니까 커서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칭찬을 듣고 어른이 된 후 정말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람(이름은 잊었지만)이 유럽에 있다.    

환상적이며 특이한 화풍으로 그림을 잘 그린 유태계 러시아 출신의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의 그림에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남자가 자주 등장한다. 그 바이올리니스트는 샤갈이 어린 시절에 무척 좋아하고 따르던 그의 외삼촌이다. 샤갈의 예술혼은 그 외삼촌의 영향으로 더욱 불타게 되었고, 그 외삼촌은 샤갈의 뇌리에 일생동안 잠재되어 있었다. 

TV는 사랑을 싣고 라는 프로에 나와서 옛 담임교사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초등학교 때의 저학년 담임 교사를 가장 많이 찾는다.

이런 일들은 어릴수록 때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이어서 인상 깊게 받아들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즉 가소성이 풍부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한 사람의 일생동안의 인격형성은 대부분의 경우 초등학교 시절에 마무리 된다고 보면 된다. 아니 어쩌면 초등학교 때는 이미 늦었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못지않게 유치원 때와 가정교육이, 더 나아가서 태내 교육이 중요하다. 지혜로운 우리 조상들은 태내 교육을 매우 중요시 하였다.

2학년 한 어린이의 일기장에 '일요일에 친구와 만날 약속을 하고 그 장소에서 1시간을 넘게 기다렸는데 친구가 오지 않아서 그냥 돌아왔다.'는 내용이 있었다. 1시간이 넘도록 기다리다 돌아온 아이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도산 안창호선생이 독립운동을 할 때, 한 어린이와의 생일 참석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가다가 일본 헌병에게 붙잡혀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가정이나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 특히 아이들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본을 성인들이 먼저 보여 주어야 아이들도 신의를 중히 여기는 습관이 몸에 베게 된다.

이솝우화에서 보듯이 어릴 적 습관은 좀처럼 버리기 쉽지않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어른들이 본을 보여주고 세심하면서도 따뜻한 보살핌이 어린이들에게는 항상 필요하다. 좋지 못한 버릇을 발견하면 반드시 고쳐주어야 한다. 자녀가 귀엽다고 좋지 않은 버릇을 고쳐주지 않는다면, 그 아이의 인생을 보장하기가 어렵다.

                                           18. 
스승의 그림자
 30
년이 다 되어가는 초임시절, 나는 안동의 한 벽지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찻길은 있었지만, 짐을 운반하는 트럭만 다니고 버스는 다니지 않는 벽촌이었다. 시내를 가려면 12km정도를 걸어가서 버스를 타야 했다.

보리가 곱게 익어가는 들판은 온통 풀 냄새 짙은 신록으로 푸른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그 벽지학교에서 10여명의 육상 선수들을 인솔하여 내일 시내에서 열리는 육상경기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12km의 먼 길을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며 걸어가는데 갑자기 길가의 보리밭에서 노고지리(종달새, 종다리) 한 마리가 하늘 높이 솟아 올랐다. 개구쟁이로 유명한 ○○이 새 둥지를 찾으려고 보리밭 골로 달려가서 찾아 보았지만 헛수고 였었다.

 종달새는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다가 위험을 느끼면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둥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기어가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종족보존의 모성애 본능이 있음을 이 녀석이 알고 있을 리가 만무하였다.

 "○○아, 종달새는 품고 있는 알을 지키기 위해 위험이 닥쳐오면 둥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기어가서 하늘로 날아 오르기 때문에 종달새가 날아간 곳을 아무리 찾아 보아도 찾을 수가 없단다.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봄의 들판을, 하늘 높이 날아 올라 봄을 노래하는 종달새가 많았으면 좋지 않겠니?

 ", 선생님, 그냥 찾아나 보려고 그랬어요."

 " 종달새를 집에서 기르는 사람들도 있단다. 들판에서 새끼도 치며 아름다운 봄을 노래하는 종달새를 가두어 기른다면, 종달새에게는 얼마나 불행한 일이겠니? 그러나 만일 집에서 기른다면 종달새가 날아 오를 있게 새장 안을 높게 만들어 주어야만 아름다운 종달새의 노랫소리를 들을 있단다. 종달새는 높이 날면서 노래하는 습성이 있어서 이지."

 3시간을 더 걸어야 하는 길이 내겐 지루하고 힘든 길이었지만 아이들은 무척 즐거운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서 시내 구경은 초행 길인 아이들이 절반이 넘었으니, 기대에 부푼 아이들은 즐거움과 설레임으로 발걸음은 가벼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걷고 달리는 데는 이골이 난 아이들이다.

 저희들끼리 앞서 달려가는 아이들도 있고 나와 이야기를 나누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어느 마을 앞을 지나가고 있을 때,

예끼 이 고얀놈들!

하고 벽력같은 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의관을 정제한 한 노인이 앞서가는 아이들에게 야단치는 소리가 들렸다. 70은 되어 보이는 노인이 목소리 한 번 크다고 느끼며, 우리 아이들이 노인께 무슨 큰 실수를 하였나 하고 걱정스럽게 다가갔다.
,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되는 법이거늘 버릇없이 스승을 앞서서 가는 법이 어디 있느냐?

하고 호통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요즘 아이들 같으면 뭘 잘못했느냐고 말대꾸를 하련만 순진하기 그지없던 그 아이들은 노인의 호통이 무슨 뜻인지, 자기들이 왜 혼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놀란 토끼처럼 크게 뜬 눈만 껌뻑이며 노인의 꾸중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차! 여기는 노을 빛도 고운 양반 고을 안동이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아이들 교육을 잘 못 시켜서 죄송하다는 정중한 사과를 드리고 가까스로 도망치듯 지나왔지만, 그 노인장은 그래도 직성이 덜 풀렸는지 우리가 멀어질 때까지 나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무차별적인 서구 문화의 홍수 속에 우리 사회를 이만큼이라도 지탱해 온 뿌리가 그 노인처럼 꼬장꼬장한 선비정신이 아닐까 생각된다.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따라서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옛 말을 알 리도 없다. 옛 서당선생은 그 마을에서 절대적인 지식의 전달자였으며, 지역의 정보 제공자요, 마을의 재판관 이기도 하여 존경의 대상이었지만, 요즘의 교사는 학원, 텔레비전, PC통신, 언론매체 등으로 인하여 더 이상의 절대적인 지식 전달자의 위치에 있지도, 정보 전달자의 지위에 있지도 않다.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는 아동들이 교사보다 앞서가는 경우도 더러는 있다.

 요즘 교권이 사정없이 추락되고, 교육 현장이 황폐화 되어가는 모습을 옛 조상들이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교사가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구타를 당하는 세태가 되었다. 아이들을 위해서, 존경은 못 받더라도 비난이나 구타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고 있다.

 언론에서 자주 교사의 비리를 경쟁적으로 보도를 한다. 많은 시청자를 확보해야 하는 고충도 따르겠지만, 교육적으로는 엄청난 손실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교사의 지위는 땅바닥에 떨어지고, 마구 매도를 당하는 교사를 청소년들이 믿고 따를 까닭이 없다. 또한 사기가 떨어진 교사가 신명을 다해 청소년들을 지도할 의욕도 없을 것이다. 결국 최대의 피해자는 청소년들이고, 앞날의 주역인 이들의 피해는 결국 국가적인 손실로 고스란히 돌아 올 수 밖에 없다.

 적은 숫자이기를 바라지만, 물론 지탄 받을 교사도 있다. 그들이 응분의 댓가를 받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라, 언론 보도가 자제되고 조용히 처리가 되었으면 한다. 교사가 무슨 특권 의식이나 고와서가 아니라, 그 것이 청소년들의 교육을 위하는 길이고, 이는 곧 나라를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자원이 없는 우리 나라에서는 믿을 것이란 사람자원이다. 이 소중한 인적 자원의 계발은 사기를 먹고 신명 나게 가르치는 교사의 교육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빈대를 잡기 위해서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언젠가 조선일보 '만물상'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렸기에 소개해본다.

 빅토리아 여왕의 뒤를 이어 영국 왕위에 오른 에드워드 7세가 어느 날 런던 교외 유명한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왕은 당연한 듯 교장 앞에 서서 교내에 들어가려 했다. 그러자 교장이 왕에게 말하기를,

 "학생들은 제가 영국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 여기고있습니다. 따라서 대단히 황공하오나 제가 폐하 앞에 서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에드워드 7세는 황태자 시절에 여간 망나니가 아니었다. 빅토리아 여왕은 생전에 황태자가 국무에 참여하는 것을 일체 금지할 정도였다. 그렇게 방약무인한 에드워드 7세였지만 학교장의 부탁대로 그의 뒤를 따라서 학 교 안을 돌아 보았다.

 왕에게 그처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학교장은 훌륭했다. 에드워드 7세도 훌륭했다. 어린이들에게 있어 교장선생님은 최고의 권위자이다. 그들이 보기에 교장선생님은 누구보다도 훌륭한 존재인 것이다. 그런 권위가 무시될 때 어린이들의 교육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렇게 에드워드 7세는 생각한 것이다.
                                   

                                                    
19.소젖 먹고 자란 아이들
 휴식 시간이다. 복도에서 아동들이 소란스럽다. 뛰어다니는 아이들, 장난치는 아이들, 괴성을 지르는 아이들……. 체벌을 없앤다는 보도가 나간 뒤로 교육현장은 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졌다.

“얘들아, 복도는 운동장이 아니 잖니? 실내 질서를 지켜야지.”

 하고 타이르면 웬 참견이냐는 듯, 마뜩치 못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하던 행동을 멈추는 아이들이 있다. 교실이나 복도에서 조용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다. 그의 매일처럼 지도를 해도 일부 아이들에게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선생님을 대하기조차 무척 어려워했고
, 선생님이 심부름을 시키면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면, 호랑이 담배 피울적의 아득히 먼 이야기라도 듣는 듯, 요즘 특히 고학년 아이들에겐 관심 밖의 일이다.
 갓 태어난 아기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쳐 우는 것은 자기가 태어난 것을 세상에 알리고
, 똑같이 맨 몸으로 태어났으니, 어디 나도 한 번 열심히 살아보자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까닭은 어머니 뱃속에서 탯줄을 통해 어머니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듣다가 세상에 태어나자 갑자기 변해진 환경 때문이다. 갓난 아기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첫 모유를 빨며 어머니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들어야 어머니 뱃속인양 다소라도 정서 안정이 된다고 한다.
 요즘 많은 어머니들은 직장 때문에
, 몸맵시 유지를 위해서, 또는 다른 이유들로 모유 먹이는 어머니는 약 20%를 조금 넘는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도 이와 비슷했는데 모유의 좋은 점을 알고 지금은 70%가 넘는 어머니들이 모유를 먹인다고 한다.
 80%의 유아는 포근한 어머니의 품에 안겨 심장의 고동소리를 들으며 모유를 먹는 대신 딱딱한 병에서 나오는 소젖을 먹으며 자란다
.  
 모유 속에는 유아의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 주는 성분이 있다고 한다
. 한 조사 통계에 따르면 우유를 먹고 자란 아이는 천식 발생률이 6.4%, 알레르기성 비염 발생률이 16.5%인데, 우유와 모유를 함께 먹고 자란 아이의 천식 발생률과 알레르기성 비염 발생률은 5.2%와 13.1%였으며, 모유를 먹고 자란 아이의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 발생률은 3.6%, 12.2%였다고 한다.

 건강하게 사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더 못 지 않은 것이 아이들의 인격형성이다. 지식의 중요성이야 두 말을 할 필요도 없지만, 인간은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서 산 것처럼 홀로 살아갈 수 없다. 모둠 살이 속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옷깃을 스치는 인연 이라도 맺으며 살아가야만 한다.

 선진국의 가정교육과 유치원 교육은 예절교육 위주인데, 우리는 예절교육은 뒷전이고 영재교육, 조기교육의 열풍으로 유치원은 물론, 유치원에 가기 전부터 지식을 주입시키기에 바쁘다.

 많은 부모들이 평범한 자기 자녀를 영재로 오인하여 영재교육과 조기교육으로 많은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공부에 시달린다. 맹목적인 자녀사랑이 평범한 자녀를 영재로 오인하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제1의 교육열을 가진 나라답지 않게 영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모자라는 것도 한 원인이다.

 사람은 지식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사람 사는 세상답게 남들과 어울려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따뜻한 마음을 지닌, 윤리의 기본 틀이 잡힌 사람으로 자라야 하는데 지식 주입에 밀려 아이들의 사회는 마치 정글의 법칙처럼 삭막하다. 따라서 일부 아이들은 자기 중심적이며, 정서 안정이 되지 않고, 버릇도 없으며, 감사납다.
 조기교육과 영재교육을 많이 받은 아이들과 유치원을 다년간 다닌 아이들 일수록 초등학교 입학 후 수업시간에 집중도가 떨어지고 산만하다
. 많은 교육을 받고 학교에 들어왔기 때문에 호기심도 적어지고, 학습의 속도가 맞지 않아서 산만하고 불안해 한다. 그런데 지식교육을 시키지 않는 유치원에는 아이들을 보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유치원 운영을 위해서는 예절교육보다는 지식교육 위주가 될 수 밖에 없다. 가정과 유치원에서 틀이 잡혀 있어야 할 생활예절교육을 1학년에서 시작하려니 효과는 줄어들고 힘은 더 든다.

 소의 젖을 먹고 자라서 인가? 오늘날 아이들의 정서는 점점 황폐되어 가고, 비인간화 되어간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면서도 당연한 것으로 믿고 있다. 잘 못이 탄로 나면 그 잘못을 시인 하기는커녕 재수가 없어 걸렸다고 생각해 버린다. 교사와 학부모와의 갈등의 대부분도 자녀들이 부모에게 자기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담임에게 야단을 맞았다고 한다. 그것도 침소봉대(針小棒大)하여 하는 아이들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담임을 매도 하는 일도 있다.

 가정에서 과잉보호를 받은 아이들은 담임도 부모들처럼 자기만을 사랑해 줄 것을 요구한다. 이 기대치가 충족되지 않으면 담임에 대한 불평이 자란다. 그러나 담임교사는 수십 명의 아이들에게 골고루 사랑을 나누어 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가정에서 부모가 자기 자녀에게 집중되는 사랑과 비교가 되어 아동들은 늘 사랑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학교에 다닌다.

 어릴수록 가소성(可塑性)이 풍부하다. 찰흙이 굳어지기 전에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에서 보듯이 우리 조상들은 어릴 때 인성지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미운 자식에게는 밥을 많이 주고, 고운 자식에게는 매를 많이 주라.'는 속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사냥군이 산으로 사냥을 갔다. 총을 맨 사냥군을 보고 어미 굴뚝새가 하는 말,    
 "사냥군님 소원입니다. 내 새끼들은 잡지 마세요."    
 "네 새끼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
 "제 새끼는 이 산에서 가장 예쁘고 귀엽게 생겼답니다."
 "그래
, 알았다. 이 산에서 가장 예쁘고 귀엽게 생긴 새는 잡지 않으마."
 사냥군은 하루 종일 사냥을 하면서 어미 굴뚝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예쁘고 귀여운 새는 잡지 않고
, 못생긴 새만 골라서 잡았다.
 해질 녘에 산에서 내려오는 사냥군을 보고 어미 굴뚝새가 슬피 울면서 하는 말
,
 "사냥군님, 제 새끼는 잡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왜 제 새끼들만 잡았나요?"

 사냥군은 어미 굴뚝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예쁜 새는 잡지 않고 못 생긴 굴뚝새 새끼만 잔뜩 잡아가지고 허리춤에 차고 있었다
.

 그렇다. 모든 부모의 자녀에 대한 마음은 어미 굴뚝새의 마음이다. 자녀들에 대해서는 맹목적인 사랑을 쏟고 있다. 그러나 그 맹목적인 사랑이 자녀를 나약하고, 이기적이며, 자기 중심적이고, 버릇없는 아이로 만들고 있다. 비록 소젖을 물려서 키운 아이들일지라도 사람의 자식으로 바르게 키울 의무는 우리 부모들의 몫이다.
☞ 감사납다 : 억세어서 휘어잡기 어렵다.
☞ 가소성 : 압력을 가하면 부서지지 않고 모양이 바뀌고, 그 압력을 제거하여도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오지 않는 성질. (: 진흙 따위의 성질

                               20.교육현장에서의 프로이트 산책
                                   (1) 손가락을
빠는 아이
 
1세 이하의 어린이는 먹을 것이 아닌, 물건을 주어도 먼저 입으로 들어간다. 습관을 버리지 못해 6학년이 되어도 수업시간에 손가락을 빠는 아이들이 가끔 있다.

프로이트는 이를 구강기(口腔期)에서 발달이 고착(固着:fixation) 고착현상이라고 한다. 구강기란 인간이 태어 나면서부터 1세까지를 말하는데 프로이트는 성적 본능의 에너지를 리비도(libido) 하고, 리비도는 일생을 통하여 정해진 일정한 순서에 따라 서로 다른 신체 부위에 집중된다고 한다.

이 리비도가 집중적으로 모이는 신체 부위를 성감대(性感帶) 하며, 구강기에는 입술에 성감대가 몰려 있어서 입술을 통해 쾌감을 얻는데, 이때 충분한 만족을 얻지 못해 욕구 불만이 생기든가, 또는 시기에 만족과 쾌감에 지나치게 몰두해도 다음 발달단계인 항문기로 넘어가지 못하는 고착현상이 일어난다.

즉 모유를 먹이지 않거나, 젖먹이는 시간을 너무 엄격하게 통제하여 유아가 욕구 불만이 일어나면 시기에 고착되어 버린다. 1세가 넘도록 늦게까지 젖을 먹거나 손가락 빨기에 탐닉하여도 고착현상이 일어난다고착이 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입술 빨기, 손가락 빨기, 과식, 과음, 지나친 흡연현상 등이 나타난다. 성격도 의존적이고, 유아적이 된다.

나는 8남매 7 인데 동생이 6년이나 뒤에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늦게까지 어머니 젖을 먹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새는 모른다.'더니, 서른이 넘어서 시작한 흡연습관은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은 유아기 때의 고착현상인지도 모른다.

 * 고착(固着, fixation) : 프로이트(Freud)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발달의 여러 단계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는데, 성인이 된다는 것이 매우 위협이 되므로 이런 위협은 성장과정을 멈추게 만들며 이것을 고착이라 한다.

(2)구두쇠 성격
 
구강기를 지나 인생의 둘째 관문인 항문기(肛門期) 1~3세까지를 말하며 대·소변을 참거나 배설하는 쾌감을 즐기는 시기이다. 성감대가 구강에서 항문으로 옮겨온 때이다. 때부터 대·소변을 가리는 시기인데, 대·소변을 가리는 훈련을 너무 엄격하게 강제로 통제하면 성인이 뒤에도 고착현상이 일어나며, 이고착현상은 불결한 것은 허용할 없는 결벽증세로 나타난다. 휴지를 줍게 하면 손으로 줍지 못하고 나무 젓가락 같은 것으로 집어서 줍거나, 방이 조금만 어질러져도 견디지 못하여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 부적응 현상이 나타난다.

 실제로 4학년의 어느 여자아이는 어머니와 둘이 아파트에 사는데, 친구들이 집에 놀러 가면 친구들의 신발에 흙이나 모래가 묻어오는 것이 불결하여 자기집에 찾아오는 것을 싫어하였고, 학교에서도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고 항상 외롭게 생활하였다.

  이 시기에 고착되면 대변을 참기 위한 항문 수축에서 오는 쾌감과 대변을 배설하고 후의 근육이완에서 오는 쾌감이 있는데, 배설을 참는 쾌감을 즐기다가 이것이 습관이 되어 여기에 고착되면 인색한 구두쇠적 성격이 형성되어 구두쇠 소리를 듣게 되며, 시기에 부모가 대·소변훈련을 적절히 해주면 나중에 생산성과 창의성을 발달시킬 있는 밑바탕이 된다.

  (3)남근기(男根期)
남근
기란 3 이후부터 5세까지를 말하며, 성감대가 항문에서 성기로 옮아간다. 이때는 이성의 부모에 대한 성적인 애정과 접근의 욕망을 갖게 된다. 남자 아이는 아버지를 어머니에 대한 애정 쟁탈의 경쟁자로 생각하여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어 아버지가 자기의 성기를 없앨 것이란 상상에서 거세불안 공포심을 품게 되며, 공포심을 벗어나기 위해서 아버지 흉내를 내는 동일시(同一視) 현상이 나타난다.

동일시 과정을 통해서 남자 아이는 적절한 남성적 역할을 습득하게 되고 아버지의 인품을 본받게 된다. 이를 외디프스 콤플랙스(Oedipus complex) 한다.  

  여자 아이는 거세(去勢) 불안은 없지만 남근(男根) 선망(羨望) 하게 되는데, 이를 엘렉트라 콤플랙스(Electra complex) 한다.

단계에서 고착하게 되면 남근기적 성격이 형성되며적극적인 남근기적 성격은 거만하고 공격적이며, 과시적이고 방종적인데, 소극적인 남근기적 성격은 오만하면서도 겸손하다고 한다.

이시기에 자녀들의 인격형성에 부모의 영향이 매우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이트의 이론은 이성 부모에 대한 애착에 너무 치중되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오고 있다.

* 동일시(同一視,identification): 자기가 아버지나 어머니와 같다고 생각하여 아버지나 어머니처럼 행동하거나 또는 부모의 태도, 사고, 가치 등을 자기의 것으로 내면화(內面化)하고 하는 무의식적인 노력.

(4)잠복기(潛伏期)
  6세에서 11
세까지를 말하며 외디프스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평온한 시기인데 앞의 단계에서의 욕구는 모두잊게 되고 비교적 조용한 시기이다.

 초등학교 시절로서 시기는 삐아제(Piaget) 인지발달이론의 구체적 조작기에 해당되는 시기로 삐아제에 의하면, 단계가 단순히 동적이라면 시기의 특징은 조작(操作)적이라는 점이다. 주위 환경에 대한 탐색과 지적 탐색이 매우 활발한 시기이다. 실제로 시기의 아이들은 지적 활동과 운동 등에 정신을 쏟는다

  (5)생식기(生殖期)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성적 에너지가 분출되는 시기이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 많고, 성숙한사랑을 있게되며,이성으로부터 성적 만족을 얻으려고 하는 이성 애착 시기이다.

 이 시기까지 순조로운 발달을 이룬 사람은 타심과 협동의 자세를 갖게 되어 원숙한 성격의 인간성이 형성된다. 그러나 남근기를 성공적으로 거치지 못한 사람은 권위에 대한 반항, 비행, 이성에 대한 적응 곤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요즘 늘어만 가는 청소년 범죄와 여성화되어가는 남자 아이들을 보면 남근기(외디프스 콤플렉스) 성공적으로 거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늘어가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남근기 동일시 과정을 통해 남자 아이는 아버지의 인품을 본받아 남성적인 역할을 익히게 되는데, 아버지를 직장에 빼앗겨서 본받을 남성상이 존재하지 못한 탓으로 여성화 되어가고, 남근기에서 고착되어 청소년 문제가 많이 생기는 원인이기도 하다. 아버지들은  틈이 나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함은 물론이다.

21.학교의 우등생

미국 예일 대의 로버트 J.스턴버그 교수가 지은 '성공지능(SuccessfulIntelligence)'이란 책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1)


성격이
다른 소년이 속을 걸어가고 있었다. A소년은 선생님도 부모님도 모두 자신에게 똑똑하다고 말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시험 성적도 학교 성적도 그리고 기타 과제물도 훌륭하다. 반면 B소년은 그를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시험 성적도 시원치 않고 학교 성적도 신통치 못하며 기타 과제물도 볼일 없다. 기껏해야 눈치가 빠르다거나 현실 감각이 좋다라고 말해 정도이다.

 두 소년은 속을 걸어가다가 커다란 문제를 만나게 되었다. 몸집이 크고 화가 데다 배가 고픈 회색 곰이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었다. A소년은 곰이 17.3 만에 그들을 따라잡을 것을 알고 공포에 빠졌다. 그리고 공포상태에서 B소년을 쳐다보았다. B소년은 침착하게 등산화를 조깅화로 갈아 신고 있었다

 A소년은 B소년에게 이렇게 말했다.
"
돌았구나. 우리가 회색 곰보다 빨리 달릴 수 있는 가능성은 없어!"
"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너보다 빨리 달리기만 하면 ." 
B소년이
말했다. 곰에게 A소년만 잡히면 자기는 살아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 속의 소년은 모두 똑똑하다. 똑똑한 방식이 다를 뿐이다. A소년은 자신이 갖고 있는 분석적 지능을 발휘하여 재빨리 문제를 분석했다. 그러나 그것이 지능적인 그가 있는 것의 전부였다. B소년은 문제점을 파악했을 뿐만 아니라 창조적이고 실천적인 해결 안을 마련했다. 그는 성공 지능을 과시한 것이다.                                                        
                                          (2
)                                                    

 유명한 역사학자가 도시를 방문하여 그곳의 조그마한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을 상대로 강연을 하기로 되어있었다. 도시에서의 강연은 순회 강연의 마지막 순서였다. 역사학자는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좋은 강연을 없을 같았다. 택시를 타고 대학으로 가는 도중 역사학자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역사학자는 택시 기사에게 원고가 있는 강연을 대신 해주면 50달러를 주겠다고 말했다. 역사학자는 대학에 아는 사람도 없고, 원고가 있기 때문에 내용을 전혀 몰라도 그냥 읽기만 하면 된다고 택시기사를 안심시켰다. 택시기사는 그날 수입이 신통치 않던 터라, 50달러를 있다면 정도의 수고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강연 장에서 택시 기사는 아주 완벽하게 원고를 읽었다. 그러자 이어 질의 응답시간이 시작되었다. 그는 청중들이 물어오는 아주 사소한 질문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대답이 당연히 내용 어딘가에 있다는 것은 희미하게 알았지만, 읽는 데만 너무 열중했기 때문에 도저히 답은 생각해 없었다. 그때 기사에게 50달러를 주었던 역사학자가 강당의 뒷줄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기사는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는 질문한 사람을 빤히 쳐다보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아주 쉬운 질문이로군요. 그런 정도의 질문이라면 청중 가운데 앉아 있는 택시 기사도 대답할 수 있을 겁니다."
 역사학자는
공부 쪽으로는 뛰어난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택시 기사는 성공 지능의 요체인 분석적·창조적·실천적 능력을 두루 갖춘 사람이라고 말할 있다.                                            
                                          (3)

 성공지능은 분석적·창조적·실천적이라는 측면의 생각을 잘해내는 능력이다. 그러나 학교의 공부는 분석적 지능만을 중시한다. 학교에서 똑똑함의 지표로 삼는 그런 지능은 어른이 되면 창조적 지능이나 실천적 지능보다 훨씬 쓸모가 없게 된다.

 문제를 파악하고 질을 판단하는 데에는 분석적 지능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점과 아이디어를 훌륭하게 파악하는 데에는 창조적 지능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상생활에서 훌륭한 아이디어와 분석 방식을 활용하려면 실천적 지능이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의 우등생이 사회의 열등생이란 말은 분석적 지능은 있는데 창조적이고 실천적인 지능이 모자란다는 뜻이다. 사회에서 필요한 성취도와 학교에서 요구되는 성취도 사이에 커다란 간격이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실생활 교재와 실생활의 움직임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결과 학교에서는 공부를 잘했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일을 잘해내지 못하는 사람이 만들어지게 된다.  

 따라서 지능지수가 높다고 사회에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높은 지능을 갖고 있는 사람은 분석적 지능을 너무 믿어서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학교 공부가 오히려 창의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하며, 가르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둠만 못하다고 까지 한다. 물론 지식 주입식 교육을 염두에 말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과정을 획기적으로 바꿈과 동시에 대학입시를 없애든지, 아니면 입시의 방향을 분석적인 문제해결에서 벗어나 분석적, 창조적, 실천적 지능 성공지능을 알아보는 쪽으로 돌려야 사회에서 바라는 유능한 인간을 육성할 있다.

                                                 22.교육의 위기

  그리스 로마 시대에도,

"교육이 지금처럼 어려운 적이 없다."
고 했고, 기원전인 구약 시대에도,
"
말세가 왔다." 고 했다지만, 지금 이 시기만큼 교육의 위기를 느끼는 때는 없는 것 같다.

 한자로 교육(敎育)은 가르칠 교(敎), 기를 육(育)으로 맹자의 진심편에 의하면 '敎는 방향을 제시하고, 育은 올바르게 자라기를 바람.'을 뜻한다. 영어, 불어, 독일어도 교육이라는 단어는 '밖으로'와 '끌어 낸다.'는 라틴어(e와 ducare)의 합성에 어원을 둔다. 따라서 교육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며 소질을 계발시켜 준다.는 뜻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줄탁동시(줄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떠들 줄, 쪼을 탁으로, 알에서 병아리가 깨나올 때 껍질 속 병아리의 우는 소리와, 어미 닭이 밖에서 알을 쪼아 깨뜨리는 일이 동시에 행하여져야 한다는 뜻이다. 즉,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시기를 뜻한다.

 아이들 교육이 바르게 이루어지려면 학교와 가정과 사회의 '줄탁동시'가 되어야 한다. 적절한 시기에 부모와 교사의 바람직한 교육력이 동시에 가해져야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어릴수록 가소성(可塑性)이 높다. 즉 찰흙에 비유하면 찰흙이 아직 굳어지지 않은 상태여서 어떤 모양이든 만드는 이가 의도하는 모양대로 만들기가 쉽다. 이 시기에 기본 틀이 바르게 잡힌 인간상을 형성시키지 못하면 나중에 후회해도 돌이킬 수가 없다. 인생은 1회용이기 때문이다. '쇠뿔도 단 김에 빼'야 한다.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1)
가정 교육
 선진국의
유치원에서는 도덕적인 생활교육이 위주가 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어 예절 바른 민주시민을 키워내기 위해서다.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선진국 국민들을 우리는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옛날에는 우리가 동방의 예절 바른 나라로 불렸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그러나 지금은 옛날이 아닌 현재일 뿐이다. 옛날만 되 뇌이고 넋을 놓고 바라보고만 있을 시간이 없다. 교육현장에서 겪는 청소년들의 기본윤리는 성인들의 상상을 뛰어 넘을 정도로 심각하게 황폐화되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기본윤리는 어느날 갑자기 누가 가져 다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착실히 다져가야 한다. 특히 가정에서의 부모들의 책임이 가장 중요하다.

 외국의 어느 교육학자는 세 살 이전의 어린이를 자기에게 맡긴다면 부모가 바라는 대로의 인간을 만들 수 있다고까지 한다. 어릴 때의 교육이 그처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 되겠다.

 우리 나라의 많은 부모들이 대학 지상주의에 빠져, 입시 위주의 교육이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된다. 교육의 본질인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며 소질을 계발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소질과 적성은 무시된 채, 오로지 좋다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만 있을 뿐이다.

 어린 시절에 익힌 인격의 기본 틀은 일생을 따라 다닌다. 기본 예절이 바로 선 가정의 아이들이 자라서 문제를 일으키는 예를 아직 본 적이 없다. 하나 아니면 둘밖에 없는 자녀라 귀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들의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인간의 기본도리를 가르치기를 게을리 하거나, 자녀가 할 일을 대신해주는 일은 자녀를 사랑하는 일이 아니라 자녀를 못쓰게 만드는 일이다.

 자녀가 귀하다고 자녀가 할 일까지 대신해주는 부모들이 많다. 자녀가 할 일을 부모가 대신해 주면 의타심이 많아지고, 책임을 회피하며, 잘못된 일은 남의 탓으로 돌리는 나약한 아이로 자라서 자아형성이 되지 않는다. 부모가 대신해 주기보다는, 스스로 하지 않아서 야단도 맞아보고 낭패를 맛보는 것도 그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유익하다.

 어느 겨울휴가 때 분당선 지하철을 탔다. 한 낮이었고 시발역에서 멀지않은 곳이어서 지하철은 빈 자리가 많았다. 맞은 편에 다섯 살 정도의 남자아이와 어머니가 탔다. 아이는 신발을 신은 채 좌석에 올라가서 뛰기 시작했다. 잠시 후 뛰는 것만으로는 모자라서인지 손잡이를 잡고 그네를 타듯 메달려 흔들기 시작했다. 그 때서야 어머니는 마지못해 '그러면 안 된다.'고 한 마디 하고는 자식이 재미있어 하는 모습에 흐뭇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기만 한다. 자기 자식이 하는 행동이 공중도덕에는 어긋나는 것은 알고 있으련만, 맹목적인 자식사랑의 마음이 그 정도야 안중에도 없는 눈치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공중도덕과 예절을 지킬 리가 없으며 공동체 생활에 순조롭게 적응할 가능성은 아득히 멀다.

(2)학교 교육
요즘 교사들의 역할도 옛날과 달라졌다. 옛날엔 교사가 독점적인 정보의 제공자 였으나, 지금은 TV나 컴퓨터 등이 그 역할을 대신하며, 영악한 아이들은 여기에 더 믿음을 둔다.  
가정이나 학원에서 미리 공부해온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별 흥미와 호기심을 느끼지 않는다. 물론 교사의 학습지도 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부는 재미있는 오락이 아닌데, 요즘처럼 똑똑하고 영악한 아이들이 이미 배운 내용을 학교에서 다시 배우는 일에 흥겨움을 느낄 리가 없다. 부모들은 내 자녀가 다른 아이에게 뒤질세라 경쟁적으로 학원에 보낸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과목도 보내지 않으면 자기들의 마음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는 전 과목 과외까지 시키는 부모도 있다.

 그 영향으로 아이들은 쉽게 공부하는 습관이 길들여져 깊이 생각하려 하지 않고 즉흥적인 사고가 정착되어 가고 있다. 애써 생각하지 않고 쉽게 공부하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의력을 키울 기회를 잃어 버린다.

 학교에서라도 모든 문제를 스스로 생각해서 해결하게 하고, 소질과 적성을 찾아 계발시켜 주며, 잘하는 면을 발견하여 칭찬해 주어야 하는데 학급 당 아동수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 장애가 되고 있다.

 그 나마 가정에서 못다한 생활지도를 학교에서 교사들이 소신을 가지고 지도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제 맘대로 행동을 해도 소신껏 지도할 수 있는 여건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음이 안타깝다. 자기 중심으로 자란 아이들이 존경심을 가지고 교사의 지도에 따라 주지도 않겠지만, 점점 감사나워져 가는 아이들에게 때로는 필요한 '사랑의 매'도 역사의 뒷골목으로 사라질 운명에 놓여있다.

 교사가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구타 당하고, 경찰에 연행되며, 초등학생이 담임을 퇴출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정없이 매도 당하는 사기를 잃은 교사들이 어느 정도의 열정으로 교육력을 발휘하여 아이들에게 얼마마한 크기의 감화와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막다른 골목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갈 곳까지 가고 난 후에 그려질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까?

 우리의 전통 문화가 무너져 내리는 자리에 국적 없는 외래 문화가 무분별하게 차지하는 부피가 더해 감에 따라, 미래의 주역인 우리 청소년들의 정서도 점점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황새 걸음을 흉내내다가 가랑이가 찢어지는 뱁새'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흐트러져가는 청소년들의 정서를 우리 조상들이 긴긴 겨울 밤에 불씨를 지키던 마음으로 붙들어 주어야 할 텐데, 길을 밝힐 실낱같은 불빛은 가물거리기만 한다.

(3)사회 교육
오래 전 신문에 난 기사에 의하면,  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불량 식품을 팔고 있는 사람에게 불량식품 단속원이,

 "당신 자식에게도 이런 불량 식품을 먹입니까?" 하고 묻자,

 "이런 불량 식품을 내 자식에게 어떻게 먹입니까?"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어른들의 이기주의적 발상이 여지없이 노출되는 실화이다.

 곳곳에서 우리 아이들은 질서가 지켜지지 않는 무질서한 현장을 생생히 보면서 자란다. 그래도 질서를 가장 잘 지키는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는 저학년들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잘 지켜지지 않으며, 초등학생보다는 중학생이, 중학생보다는 고등학생이 더 지키지 않는다.

 며칠 전 등교하는 여러 명의 고등 학생들이 횡단보도가 아닌 차도를 여유 있는 걸음으로 무단 횡단하자 달리던 차들이 급정차를 하는 것을 보았다. 이러한 사회의 풍토 속에서 자라는 어린 새싹들이 바른 행동을 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물론 나쁜 어른들 보다는 착하고 바른 어른들이 더 많고, 올바르지 못한 아이들보다 맑고 고운 심성을 지닌 아이들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세상은 아직은 살만하다. 그러나 좋은 일은 본받기가 어렵고, 나쁜 일에 물들기가 쉬운 것이 문제이다.

 
                                23.무용(無用)의 용도(用度)
 장자(莊子) 내편(內篇) 제물론편(齊物論篇)에 초나라의 미치광이 접여가 공자가 묵고 있는 집 문 앞을 지나면서 공자의 이상주의를 풍자한 노래가 있다.


 '산의 나무는 유용하기 때문에 스스로 해를 당하고,
기름은 불이 잘 붙기 때문에 제 자신을 태운다.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베어지고, 칠(옻나무)은 쓸 수 있기 때문에 오려내 지도다.
사람은 유용의 용도는 알면서 무용의 용도는 모르도다.'

 (山 木 自 寇 也,  火 自 煎 也.  
 桂 可 食, 故 伐 之, 漆 可 用, 故 割 之.  
 人 皆 知 有 用 之 用, 而 莫 知 無 用 之 用 也.)

 좀 비약된 비유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공부 잘하는 사람은 유용하고, 공부 못하는 사람은 무용한 사람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제도적인 모순에서 이기도 하고, 주입식 암기 교육이 만능으로 통하던 산업사회의 유산이기도 하다.

 부모들이나 사회에서 공부 못하는 자녀는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겨, 바라보는 눈빛이 곱지 못했던 것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공부 못하는 청소년들은 실의에 빠져 거리를 방황하거나 가출을 하는 등, 청소년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 되었다.

 산업사회에서 그처럼 인기를 누리던 직종들이 산업사회의 막다른 시점인 지금은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정보화사회<지식사회와 같은 의미>의 직종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산업화 사회를 하드웨어(HW)라고 하면, 정보화 사회는 소프트웨어(SW)이다. 산업사회에서는 굴뚝에 연기가 나는 공장, 도로 항만 등 눈에 보이는 것들이 주가 된 사회였다면, 정보화 산업은 눈에 잘 보이지는 않는, 그러나 고 효율의 사회다.

 논리가 지배하던 산업사회에서는 좌 뇌적인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가 필요했지만, 정보화 사회에서는 인간의 도리를 갖추고, 신의를 바탕에 둔, 우 뇌적인 사람―정서적이고, 감성이 풍부하고, 창의력 있는 사람들이 이끌고 가야할 세상이다.

 우리는 세계인이 알아 주는 정이 많은 민족이다. 우리의 풍부한 정과 우리의 대표적인 정서랄 수 있는 멋, 그리고 뛰어난 창의력과 세계기능올림픽을 10연패한 손재주 등, 정보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조건을 다 갖춘 민족이다. 따라서 이제 제 모습을 들어내기 시작하는 문화의 세기이기도 한, 정보화 시대에는 우리가 앞서가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세계화'라는 구호가 약방의 감초처럼 흔히 쓰이는 요즘, 외국을 모방하기에 바빴던 산업사회의 모습을 버리고, 우리의 풍부한 정과 멋, 독창적인 우리 문화를 세계에 고루 나누어 주는 세계화로 가닥을 잡아가야 한다.

 산업사회는 학교를 통해서만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지만, 정보화 사회는 정보통신의 놀라운 발달로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꼭 대학을 나와야 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대학이라는 개념도 그다지 중요한 문제의 사회가 아니다. 문제는 누가 더 좋은 정보를 가지고, 한 발 앞서 뛰며 창의력을 발휘하느냐에 달려있다.

 요즘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0대 사장들이 소프트웨어 개발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일도 빈번하다. 정보화 산업은 굴뚝에 연기를 내지 않고도, 많은 시설과 인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외화라는 황금알을 낳을 수 있다. 그리고 정보화사회에서는 지금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던 수 많은 파생 직업이 생겨날 것이 틀림없다.

 장자(莊子) 외편(外篇) 추수편(秋水篇)에,

 '명마는 하루 천리를 달리지만 쥐를 잡는 데는 고양이만 못하니, 그 기능이 다르기 때문이고, 수리부엉이는 밤에는 벼룩도 잡고, 티끌도 살필 수 있지만, 낮에는 아무리 눈을 부릅떠도 앞 산을 보지 못하니, 그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라는 구절이 있다.

 공부 성적이 떨어진다고 부모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받는 아이들도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자세히 관찰하면 기능면이나 성질면에서 남보다 더 뛰어난 그만의 소질이 반드시 있다. 인간은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소질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자녀들의 소질과 적성을 찾는 일에는 무관심하면서 교과 공부 성적에 애착하는 부모는 유용한 자녀를 무용의 문제아로 만든다. 문제청소년 들의 뒤에는 반드시 문제의 부모들이 있어왔다.

 오늘 유용하다고 내일도 유용하다고 말할 수 없고, 오늘 무용하다고 내일도 무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은 청맹과니적 생각에 불과하다. 기성세대가 무용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소홀히 한 무용이 유용으로 바뀌는 시대가 왔다. 교과 성적에만 치중할 일이 아니라, 우리 청소년들의 타고난 소질과 적성을 찾아 칭찬과 격려를 통해 용기를 북돋아 주어 정보화시대의 튼실한 기둥으로 자라게 해주어야 개인과 가정과 사회와 국가가 모두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청맹과니: 겉으로 보기에는 눈이 멀쩡하나 앞을 보지 못하는 눈. 또는 그런 사람을 말함.

24.집중하는 능력

 만유인력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이 달걀대신 회중시계를 삶은 일은 널리 알려진 일화이다. 연구실에서 연구에 골몰하던 뉴턴’은 얼마 전 어머니가 두고 가신 달걀이 생각나서 난로 위에 끓고있는 주전자의 물에 달걀을 넣고 다시 연구에 몰두하였다. 얼마 후 달걀이 생각나서 들여 다 보았더니, 끓는 물속에 있는 것은 달걀이 아니라 회중시계였다.

‘뉴턴’의 집에는 고양이가 두 마리 있었다. 한 마리는 어미고양이 였고, 또 한 마리는 새끼 고양이였다. 이 고양이들이 뉴턴’의 연구실에 들어 오기위해 발로 문을 긁으며 소란을 피우고, 들어 와서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또 소란을 피우는 것이 귀찮아서 뉴턴은 출입문에 구멍을 뚫기로 했다. 어미고양이를 위해서는 커다란 구멍을, 새끼고양이를 위해서는 작은 구멍을 뚫어 주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한 개의 커다란 구멍이면 되지 왜 두 개의 구멍을 뚫느냐고 했다. 그렇다면 대 천재인‘뉴턴’이 우리 반 아이들보다 지능이 모자라서 일까? 시계 대신에 달걀을 삶고, 한 개의 구멍이면 될 것을 두 개를 뚫은‘뉴턴’은 위대한 바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바보 같은 행동이 바로 위대한 천재임을 증명하는 일이다.

 천재란 어떤 일에 무서우리만큼 집착하는 사람들이다.‘뉴턴’이 연구에 집중한 나머지, 시계와 달걀을 구별하지 못하고, 초등학교 1학년도 알 수 있는, 한 개만 뚫으면 될 고양이 구멍 두 개를 뚫은 것은 자기가 하는 일에 무섭게 집중한 나머지 다른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명왕 에디슨’이 관공서에 일을 보러 가서 서류에 이름을 써 넣으려다 자기의 이름을 몰라서 한 동안 쩔쩔맸다고 한다. 얼마나 일에 집착했으면 자기 이름도 잊었을까?

 공부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집중도의 문제이다. 그리고 범인과 천재의 차이는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수업시간에 눈동자가 어물전 동태눈처럼 풀려서 멎어있는 아이는 아무리 오랜 시간동안 그런 상태로 공부를 해보았자 능률이 오를 까닭이 없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학습에 동기 유발이 되지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6학년 때 내 반의 아이들 중 공부를 잘했던 몇 명은 예·체능과목 외에는 그 흔한 학원에도 다니지 않았는데 성적은 항상 3명이 선두 다툼을 하였으며, 중·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잘 한다고 했다.

 지금은 수행평가를 하지만 당시에는 월말 고사를 보았다. 아이들에게 석차를 알려 주지는 않지만, 시험지를 받기가 무섭게 자기들끼리 몇 개가 틀렸는가를 비교해 보곤 했다.

 이 3명의 아이들은 공부시간에 수업과 관계없는 말들도 빠뜨리지 않고 공책에 기록할 정도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아이들이었다. 숙제나 과제를 내면 빈틈없이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성실성을 보이곤 했다.

 월말고사 시간표를 발표하면 아파트 상가의 상점들은 판매고가 떨어진다고 하였다. 공부하는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어머니들의 외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때 고학년 아이들의 일기장을 검사해 보면 기발한 착상들이 나열되어진다.

‘시험이란 것을 누가 만들었을까? 죽이고 싶다.'

 '내가 죽어 다시 태어난다면, 시험이 없는 나라에 태어 나고 싶다.’

‘시험제도를 만든 사람은 저주 받아야 할 사람이다.’

‘시험을 없애겠다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주겠다.-투표권도 없으면서...

 '이 번에는 몇 개가 나갈까? 화난 엄마의 얼굴이 떠 오른다.'

 '벌써 새벽 3시, 뭘 공부했는지 머리는 텅빈 것 같다.'

 '피가 마르는 순간이 점점 다가온다.' 등.

 평상시 학교공부에 집중하지 않고 시험이 임박해서는 밤늦게나 새벽까지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푸념이다. 수업시간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일수록 더 심하다.

 그런데 집중을 하는 그 아이들은 시험준비 때문에 텅 빈 운동장에 와서 공놀이를 하는 여유를 보인다. 마치 시험 공부에 안달하는 다른 아이들을 약이라도 올리려는 듯이.

 공부는 학원에 많이 다닌다고 잘 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공부시간의 양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뉴턴이나 에디슨만큼은 아니더라도, 수업시간 집중력의 정도와 복습과 과제학습을 얼마나 성실히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도 학부모들은 경쟁적으로 자녀들을 많은 학원에 보내려고 한다. 자녀를 위하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자녀들에게 돌아오는 이득보다는 부모들이 마음의 위로를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어느 학원을 얼마나 많이 보내느냐에 관심을 쏟을 일이 아니라, 집중해서 공부를 하지 못하는 원인을 찾아 서둘러 치료해 주어야 한다. 치료는 부모와 담임의 몫이다.
 
                                    
                                  25.지장법사
이야기

 1학년 점심시간이다. 학기 초에는 5학년 어린이 3명의 도움을 받아 배식을 하다가 몇 달이 지나서부터는 1학년들이 순번제로 나와 함께 배식을 했다. 40명이 넘는 아이들을 급식하자면 정신없이 바쁘다. 그나마 잘 먹기나 하면 얼마나 좋으랴. 풍요로움 속의 핵가족화 영향은 이 시간에도 유감없이 잘 나타난다.

 형제가 많던 옛날에는 변변찮은 음식이라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없어지고 늘 모자랐었다. '기갈이 감식'이라고 보릿고개를 넘긴 사람이라야 음식 귀한 줄을 안다. 요즘 아이들은 잘 먹지를 않아서 맛있는 음식도 먹이자면 몇 번이고 독촉을 해야 한다. 그래도 밥과 반찬을 남기는 아이들이 많다. 절약생활의 지도를 위해서 음식은 먹을 만큼만 받아라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에는 굶어 죽어가는 어린이가 엄청나게 많다는 얘기나, 북한 어린이들의 굶주리는 참상을 들려주어도 별 효과가 없다. 가난을 모르고 자란 세대, 풍요 속에서 아쉬움 없이 자라는 세대들이다.

 어떻게 하면 음식을 남기지 않게 될까 생각하다가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언젠가 읽은 기억을 더듬어 지장법사 이야기를 들려 주기로 했다.

 어느 탁발승이 길을 가다 잠시 쉬는데 길옆 지장(기장의 사투리)밭에 탐스럽게 익은 지장을 쓰다듬다가 지장 세 알을 땅에 떨어지게 했다. 불가(佛家)에서는 음식 버리는 것은 금기로 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먹어 버렸다.

 남의 지장 세 알을 훔쳐 먹은 죄로 그 탁발승은 죽은 후 윤회(輪廻)되어 소로 태어나, 그 지장 밭 주인집으로 팔려와 3년 동안 일을 해주었다. 지장 한 알에 1년씩 일을 해 준 셈이다. 죽은 후 윤회되어 다시 스님으로 태어나 훌륭한 스님인 지장 법사가 되었다.

 지장법사 이야기를 들려준 뒤부터는 음식을 남기는 아이들에게,

 "너는 이렇게 많이 남겼으니, 이 다음에 무엇으로 태어나서 어떤 고생을 하려고 그러느냐?"

했더니, 음식 남기는 아이들의 숫자가 다소 줄어 들었다. 어린이들은 망각 율이 높아서 얼마 동안 이 효과가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내가 들려준 지장법사 이야기가 아이들의 마음을 다소 움직인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교육은 지식을 넣어주는 것 이상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감화시켜 바른 심성을 길러 주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영악하여 여간해서는 마음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모두들 똑똑하고, 영리하고, 아는 것도 많다. 옛날 아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나, 어린이다운 순박함은 점점 잃어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처럼 영리한 아이들이 순박함까지 갖추는 것을 아마도 신은 자기 영역을 침입하는 것으로 여겨 시기를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어린이다움을 잃지 않고 자라야 훌륭한 인물로 성장할 수 있다.

 옛날처럼 아이들이 배고픔을 모르고 풍요롭게 자라나는 것은 다행스럽고 복받은 일이다. 그러나 어려움을 모르는 속에서 자라는 나약함과 물질위주의 사고방식은 경계해야 되겠다.

                                 
26.가정 교육

아침 등교 시간이다. 한 명이 교실에 들어오면서 인사도 없이,

“선생님, 엄마가 2시간 마치고 오랬어요. 병원에 가야되요.”

하고는 내 대답 따위는 애초부터 필요도 없다는 듯, 휙 돌아서 자기 자리로 들어가 버린다.

셋째 시간이 되었다. 내게 일방적으로 알렸던 그 아이는 온다 간다는 말 한 마디도 없이 가고 없었다.

 이 아이에게는 애오라지 자기 어머니의 말만 있을 뿐, 담임의 말 따위는 생소리로 여기는 눈치다. 아침부터 기분이 허우룩하고 무겁다. 그러나 아직은 더 많은 아이들이 올곧게 자라고 있다는 걸로 마음을 위로 받는다.

 요즘은 학부모들의 학력도 높고, 각종 매체의 발달로 아이들이 많은 지식과 상식을 학교 밖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서 갈수록 교사의 위상이 작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드라도, 이런 일은 아이들 본인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가 학교에 갈 때 어머니가,

“오늘 병원에 예약을 해놓았으니, 두 시간만 공부하고 선생님께 말씀을 드린 후 허락을 받고 오너라.”

했더라면 이 아이가 내게 말하는 태도가 달라졌을 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조상들의 가르침이 절실한 요즘이다.

핵가족 중심으로 사회가 변천 되어 자녀를 적게 낳아 키우다 보니, 자기중심적이며 버릇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모든 일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며 행동하려다 보니,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갈수록 줄어든다. 내가 좀 참고 예절을 지킴으로써 다른 사람이 기뻐할 수 있다면, 나의 마음 또한 즐거워진다는 사실을 모른다.

 사립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일본의 어느 초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아이들이 서로 교환 방문을 한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 온 일본의 초등학생들과 그 학교의 아이들이 함께 한식집의 커다란 방으로 들어갔는데, 친구들이 마구 벗어 놓은 신발을 정리하는 한 아이가 있어서 칭찬을 해 주려고 가까이 가서 보았더니, 일본의 초등학교 어린이였다고 한다. 더구나 흩어진 신발들은 우리 나라 어린이들의 것이었다니, 주객이 뒤 바뀐 부끄러운 모습이다.

 지금은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라고 들 한다. 산업사회와는 달리 도덕성이 뒷받침이 되지 않고는 적응하기가 어렵다. 정보화 사회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는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는 학원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것 못지않게 올바른 사람으로 자라도록 하는 인성지도의 측면이다. 질서, 예절, 바른 마음가짐, 소질계발, 적성지도 등 사람다운 사람을 육성하는 인격도야의 현장이라고 보아야 한다. 지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굳이 학교에 올 필요가 없다. 요즘 그 흔한 PC통신을 통해서, 또는 학원을 통해서 공부하면 훨씬 더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고, 노력도 절약할 수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가 갓 태어난 아기를 아프리카의 밀림 속에서 사람과 격리 시킨 채, 눈에 띄지않게 보살피면서 키웠는데, 자라면서 할 수 있는 능력은 주변에서 보아온 여러 동물들의 울음소리와 행동을 흉내내는 일이 고작이었다고 한다.

 인간은 제 아무리 능력이 뛰어 난다 해도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숱한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면서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다.

 언론 매체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오던 신동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릴 때처럼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천재성을 꽃피웠다면 아직껏 아무 소식을 모를 까닭이 없었을 텐데…….우리 나라에서 조사된 통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오래 전 미국의 사회학자가 어릴 때 세상을 놀라게 한 신동들을 추적해 보았더니,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거의 전부였었다고 한다. 그들은 지식은 많이 쌓았겠지만 또래들과 어울리는 기회가 적어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지 못해서 사회생활에 적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재를 못 낳아서 애통해 할 일이 아니라, 평범한 아이를 영재로 키우는 일이 더 소중한 일이다. 아이들은 또래들끼리 어울리면서 자기에게서 모자라는 것들을 서로 배우고, 갈등이 생기면 다투기도 하고 그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삶의 지혜를 익혀나가야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며 살 수 있다.

 자녀들이 커서 훌륭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릴 때부터 자상한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다. 남을 위해서 참을 줄 아는 아이, 남의 즐거움을 위해 다소의 희생도 인정하는 아이,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려는 부모들의 마음가짐이 그 가정을, 우리 사회를 신나게 할 수 있다.

☞ 허우룩한 : 허전한.

                                  27.우리 것을 소중히
 김치나 된장국을 좋아하는 아동의 수를 조사 하였더니 한 반에
3~4명 정도였고, 피자나 라면 등 즉석 식품을 좋아하는 아동이 대부분이었다.

 우리 조상이 발명한 김치는 채소가 귀한 겨울철에 비타민C를 비롯한 각종 비타민, 무기질, 유산균을 공급해 주며 양념과 젓갈을 넣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발효 식품으로 영양학자들이 평가하고 있으며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그리고 된장은 한국 식품개발 연구원의 연구결과 항암 효과가 뛰어나며 위암, 간암, 대장암 등에 대해 90%이상 억제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즉석 식품에는 방부제를 비롯한 몸에 해로운 물질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순수한 생수는 더운 여름날 며칠이 가지 않아서 부패되어 바닥에 흰 앙금이 생긴다. 그러나 탄산음료는 오래 두어도 잘 부패되지 않는다. 방부제 때문이다.

 수입 밀에 밀려 우리 밀의 제배는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수입 밀가루와 우리 밀가루에 각각 밀가루를 좋아하는 벌레를 넣어 두었더니, 우리 밀가루에 넣은 벌레는 밀가루를 먹기 위해 속으로 파고 들어갔는데, 수입 밀가루의 벌레는 뚜껑의 천에 달라 붙어서 밀가루에 접근조차 하지 않는 실험결과가 언젠가 TV에 방영되는 것을 보았다. 수입 밀은 배로 운반해 오는 기간이 빨라야 3개월, 늦으면 4~5개월이나 걸리기 때문에 습기찬 바다 위에서 부패와 벌레의 방지를 위해 농약과 방부제를 섞어 수입하기 때문이라 한다. 죽어서 부패되지 않는 미이라가 되기 위해서 라면 즉석식품을 많이 먹어두는 것도 괜찮겠지만.

 또 쉽게 먹을 수 있는 즉석 식품의 영향을 받아 우리 청소년들이 무슨 일이든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행동하며 창의력을 잃어가고 있다. 즉석 식품은 물만 끓여서 넣어 먹으면 되는데 애써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이고 머리를 써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필요가 없다는 단순 사고가 습관화되어, 모든 일을 깊이 생각하지 않는 단세포적인 인간으로 길들여질까 걱정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칠월칠석은 몰라도 '발렌 타인 데이'는 초콜릿이 동날 정도로 법석을 떤다. 수 천년 동안 이어온 우리 겨레의 전통 풍습도 산업화의 물결을 타고 온 서구풍습에 밀려나기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러다가 조상들과 후손들이 문화적으로 단절되는 것은 아닐까 두렵다.

 느닷없이 ‘발렌 타인 데이’라는 것이 들어 와서 초등학생들까지 초콜릿을 주고 받기에 열을 올린다. 이 때는 백화점의 초콜릿까지 동이 날 정도라니 어느 정도인가 짐작이 간다. '발렌타인데이'라고 야단법석인 이 날은 로마의 성인 발렌 타인이 순교했다는 날일 뿐, 남녀의 사랑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한다. 단지 남녀의 사랑을 점치고 짝짓기 하는 서양의 풍습이다. 이 날을 칠월 칠석으로 옮겨서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찹쌀떡이라도 주고 받는 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것의 좋은 점을 몇 가지 더 들어보면, 우리 종이가 옛날 중국의 송나라에서는 '고려지' 라고 하여 최고의 종이로 꼽았으며 이 종이를 구해서 글을 쓰는 것이 송나라 선비들에게는 큰 자랑이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이 종이로 우산, 우모(비올 때 쓰는 모자), 부채, 신발, 물통, 대야, 심지어 요강까지 만들어 사용하였다니 참으로 놀라운 지혜다.

 요즘 한우 고기는 가격도 비싸고, 구하기도 쉽지 않다. 고기 맛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리 소는 세계에서 가장 순하고, 튼튼하며, 부지런하고, 질병에도 강하다고 한다. 더구나 죽어서는 가장 맛있는 고기도 남긴다.

 일본의 소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좋다는데, 품종이 좋은 우리 소를 가져가서 개량 시킨 것이지만, 우리 소에 비하면 여러 면에서 훨씬 뒤 떨어진다고 한다. 같은 혈통의 소라도 풍토에 따라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난다.

 미국의 시카고 대학 언어학과는 한글날에 기념식을 올리고, 휴강을 한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가 탄생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한 세계적인 언어학자들이 한글을 가장 위대한 글자로 꼽는다. 그런데 위대한 한글 탄생을 기념하는 '한글날'이 경제논리에 밀려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지금은 다시복원됨) 다음 날 국기를 게양한 아동의 숫자를 조사해 보았더니 공휴일인 다른 국경일에 비해 매우 적었다. 하루를 더 쉬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한글의 무게가 가벼워질까 하는 염려에서이다.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제6차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영어가 들어왔다. 정식 교육과정에 들어 왔으니 교육열이 과열된 부모들이 유치원생부터 영어를 지도하기 위해 애 써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온통 영어 과외의 열풍이 불고 있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영어교육도 중요하지만 국어교육이 영어에 밀려 소홀해지는 것을 경계해야겠다.

 세계화의 구호아래 거리의 간판은 우리 말이 점점 줄어들고, 청소년들의 의식은 서구화되어 서구문화를 닮아가려고 애써는 모습이 안타깝다.

 국어에는 우리 민족의 얼이 담겨있다. 일제 때 우리 글과 말, 역사와 전통을 말살하기 위한 일본의 정책에 맞서 온갖 고난을 겪으며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였기에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어느 민족이든 그 민족의 언어와 전통을 잘 지킨 민족은 어떠한 국난에서도 멸망하지 않았다.

 감수성이 예민한 초등학교 시절은 국어를 완성하는 시기로 삼아 우리 글과 말과 역사를 갈고 닦으며 우리 얼을 심어주는 기회로서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며, 전통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조화롭게 발전시켜 세계에 보급하는 세계화가 되어야 되겠다.

 좋은 예로 우리 영화가 세계영화제에 입상한 것은 한결같이 우리 전통 사상을 소재로 한 것이다. 외국인이 우리 나라를 관광 올 때 한국적인 것을 보러 오지 외국과 똑 같으면 굳이 멀리까지 찾아올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장자(莊子) 외편(外篇)에 한단학보, 또는 한단지보라는 말이 있다. 중국 전국시대 유행의 도시인 조 나라 서울 한단에 걸음을 멋지게 걷는 사람이 있었다. 이를 배우려고 연 나라 수용 땅의 청년이 조 나라 한단으로 왔다. 그러나 그 걸음걸이를 열심히 배우지 않아 중도하차하고 돌아갈 때는 고향의 본래의 걸음걸이도 잊고, 한단의 걸음걸이도 제대로 못 배워 결국에는 엉금엉금 기어갔다는 이야기이다.

 오늘날 사회의 가치 혼란과 무질서, 위험수위를 넘은 숱한 청소년문제 등은 전통문화의 단절과 무질서한 외래문화의 모방에서 오는 가치 혼란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우리 것의 소중함을 잊은 채, 다른 나라 것을 모방하기에 여념이 없어야 될 건가?

제자의 편지

스승의 날이다. 6학년 때 내 반이었던 졸업한 제자에게서 편지가 왔다.

"선생님 중간고사를 치러야 하는데 그 동안 준비해 놓은 공책을 누가 가져가고 내놓지 않습니다. 반 친구에게 정리한 공책을 빌려달라고 했더니 빌려주지 않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공책을 누가 말없이 가져가서 돌려 주지 않는 것보다 친구가 빌려주지 않는 것이 저를 더 화나게 합니다.중학교에 오자마자 이렇게 달라진 세상에 삽니다. 이젠 친구들이 무섭게 느껴집니다."

6학년 때 우리 반에서 공부도 잘하고 착실했던 ○○이의 편지 내용이다. 그 착하던 아이의 마음에 크다란 파문을 만들어 주었음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현실이 잔잔한 마음을 헤살지어 놓았음이 분명하다.

누가 이 착한 아이들의 마음을 황량하게 만들었을까?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배만 찼다고 행복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 단 한번도 그 아이들에게 남을 짓밟고 남보다 앞서야 된다고 가르친 적이 없다. 회사후소(繪事後素: 흰 바탕이 있어야 그림을 그림.)하는 멋있는 사람이 되라고 늘 이야기를 해왔기에 더 큰 실망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일을 두고 청소년들 만을 나무랄 수 없다. 기성 세대들이 짜 놓은 궤적에 따라 청소년들은 달려 가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그런 일 정도야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지도 모른다. 상대방을 이겨야 그 어려운 대학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능력보다는 남보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인정 받는 사람이 된다고 믿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인식 때문이다.

그 제도를 만든 기성세대는 자기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어려워진 것을 모른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 눈치다. 어쩌면 권위의식에서, 또는 기득권의 우월감에서 고착된 마음의 울타리를 허물려고 하지 않기에 청소년들의 마음은 황폐화 되어가고 비인간화 되어간다.

교육의 많은 제도를 우리는 미국과 일본을 본받으려 노력했다. 그 일본도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4년제 대학진학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전문대학이나 자기가 하고 싶은 직업전선에 많이 뛰어든다고 한다. 애써 어렵게 대학 가는 것보다는 편하게 즐기며 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 청소년들도 이제 곧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이미 시작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대학의 문을 활짝 열고 나가는 문을 좁히면<, 철저한 학사관리를 통해서.> 공부하기 싫거나 능력이 모자라는 청소년은 일찍부터 자기 능력에 맞는 일을 골라 사회로 진출하게 될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다. 고정관념을 깬다는 일은 얼마간의 아픔 없이 이루어 지기는 어려운 일이다.

숱한 청소년들이 공부성적의 압박감에 스스로 죽어가고 있으며, 한창 뛰어 놀면서 자라야 할 어린이들까지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대학입시 교육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과 후, 학교의 운동장이나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에는 놀고 있는 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여러 종류의 학원에서 공부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몸이 튼튼해야 정신도 건강할 텐데…….

아이들을 통해서 과외비를 조사해 보았더니 상상보다 엄청나게 많았다. 저학년 어린이가 2~3가지, 많게는 5~7가지가 넘게 학원에 다니는 어린이도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은 다양하지 못한 수업내용으로 소질계발의 기회도 없고 창의성을 키우기 어렵다. 또한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이라 생각하여 가출하거나 비행을 저지른다.

권위의식에 젖어서 일까? 고쳐야 할 입시제도로 알면서도 타파하지 않고 있는 기성 세대들이 자리하고 있는 한, 나의 제자들은 스승의 날 나에게 마음 아픈 편지를 계속 보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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